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에서 45년 후인 2065년에는 생산연령인구(15~64세) 1명이 고령인구 1명 이상을 부양해야 한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의 재앙'이 현실화할 경우 국민경제의 성장잠재력마저 갉아먹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65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노인부양비(100.4명)를 기록할 전망이다. 노인부양비는 생산 활동을 담당하는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를 의미한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노인부양비는 20.4명인데 약 50년 만에 5배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2065년 예상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노인부양비는 53.5명으로 한국이 OECD 평균의 2배에 근접하는 셈이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총인구가 2028년 519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67년에는 추계인구가 3929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67년 46.5%로 크게 증가해 전체 인구 중 45.4%를 차지하는 생산연령인구를 초과하게 된다.
반면 6~21세의 학령인구는 지금보다 절반 아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초등학교 학령인구는 2017년 약 272만명에서 50년 후인 2067년 125만명으로 떨어진다. 통계청 관계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저출산 추세대로라면 50년 안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노인부양비에 도달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생산연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 국가의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잠재성장률에도 위협이 된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한 자본,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최대한 이룰 수 있는 성장률 전망치다. 잠재성장률에 기여하는 노동과 자본시장의 효율적 재배치와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마이너스 성장'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고령자가 고령자 가족을 돌보는 이른바 '노노(老老)케어'도 일상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모가 생존해 있는 65세 이상 노인 중 70%가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민 상담과 같은 정서적 지원을 하는 비중도 40%가 넘었다. 반면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 노인은 28.4%에 그쳤다.
특히 2016년 고령화연구패널조사 분석 결과 50세 이상 중고령자의 4.9%가 기본적인 일상생활능력(ADL) 제한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원이 있으며 이 중 28.4%가 이런 가족원을 직접 돌본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혜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이들 중 배우자와 부모를 직접 돌본 경우가 각각 56.6%, 36.4%로 노노케어 양상을 보였다"며 "가족을 직접 돌본 50세 이상 중고령자의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이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여성 중고령자였다"고 설명했다. 고령인구가 늘면서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12년 35%에서 2018년 45%로 증가했다. 노인 교통사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5.6명으로, OECD 평균인 8.8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았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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