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무렵, 한 백화점에서 마지막 남은 장갑을 서로 사려다 만나게 된 사라(케이트 베킨세일)와 조너선(존 쿠색)은 뭔가에 끌리듯 한눈에 반하게 되고, 들뜬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차도 마시고 공원에서 스케이트도 타면서 다른 모든 것을 잊고 서로가 운명의 짝처럼 잘 통한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각자 연인이 있는 터라 선뜻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는 못하게 된다. 헤어진 다음 백화점에 물건을 두고 온 그들은 다시 마주치지만 내기를 건다. 운명을 굳게 믿는 사라는 서로 반대쪽 엘리베이터를 타서 같은 층을 누르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헤어질 무렵 연락처를 교환하자는 조나선에게 또 제안을 한다. 조너선에게 5달러 지폐에다 연락처를 쓰게 하고는 그것을 당장 써버리고, 자신의 연락처를 쓴 책을 책방에 팔아버리자고 한다. 만약 이 지폐와 책이 다시 서로의 손에 들어오면 자신들은 진짜 운명의 상대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 책은 바로 마르케스의 소설인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다. 53년을 기다려 이루는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다. 이 책은 ‘세렌디피티’라는 영화가 단순한 멜로 영화가 아니라 인간과 운명의 관계,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것을 말해준다.
조너선은 우연히 발견하게 된 백화점 장갑 영수증으로 다른 여성과의 결혼식 전날까지 사라를 찾는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그를 매번 배반한다. 이 배반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들고 한편으로 우리 삶의 고난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지막 달콤한 열매가 있다는 것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기대를 버리는 순간 인간은 살아나갈 힘을 가질 수 없다. 팽이 돌리듯 운명이 우리를 가지고 노는 것 같지만, 팽이는 결국 멈춘다.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삶을 역동적으로 성공적으로 만드는 열쇠인지 모른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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