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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우리 경제체질 개선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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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농산물 수입, 美는 관세 보류 / 분쟁 불씨는 남아있는 휴전 상태 / 정책 전환으로 기초체력 키워야

세계일보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에서 원칙적 합의에 도달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안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합의안에는 중국이 내년에 미국산 농산물 500억달러(약 59조원)어치를 수입하는 대신, 미국은 15일로 예정된 아이폰·장난감 등 1650억달러(약 193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시행 중인 고율 관세도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21개월간 세계 경제를 짓눌러 온 미·중 무역전쟁이 휴전에 들어간 것이어서 다행스럽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미·중이 휴전을 택한 건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부작용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중국과의 무역분쟁으로 피해를 본 농민과 소비자, 기업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국면을 끌고 가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안정적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무역갈등 완화가 절실한 형편이다. 내년에 중국 공산당의 목표인 ‘전면적 샤오캉(小康: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실현하려면 6%대 성장 유지가 필수적이다.

무역전쟁의 불씨는 살아 있다.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의 기업 보조금 지급 금지 등 미국 측 요구 사항은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쉽게 해법이 마련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합의안에는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스냅백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분쟁 재발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정상이 현실적 필요에 의해 내년 미 대선까지 휴전한 것일 뿐 양국 패권경쟁이 끝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 경제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미·중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가까운 만큼 당장 글로벌 수출시장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번 미·중 합의를 침체된 경제를 되살릴 호기로 삼아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수출 부진을 타개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면서 제품 경쟁력을 높여 미·중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정책 전환을 통해 우리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우리 경제가 대외 여건 변화에 쉽게 흔들리지 않으려면 규제 혁파와 구조 개혁으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그제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2045’ 발표회에서 광복 100주년인 2045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7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마당에 뜬구름 잡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이런 안이한 인식으로는 경제 체질 개선은 어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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