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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해운대에서, 대숲에서, DDP에서… 빛의 향연, 연말연시 황홀한 겨울밤을 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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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겨울밤 물들이는 전국 곳곳 빛의 축제

조선일보

①거대한 트리와 형형색색의 불빛, 축제들이 도시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선 ‘해운대빛축제’가 한창이다. 해변을 뒤덮은 조명들이 빛의 바다가 돼 장관을 이루고, 포토존은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②서울 DDP 외벽을 캔버스 삼아 화려한 빛과 영상, 음악이 결합된 대형 라이트 쇼를 보여줄 ‘서울 라이트(SEOUL LIGHT)’. ③선유도역에서 선유도공원으로 가는 걷고 싶은 길. 선유도 가로공원에 1000송이의 LED 장미꽃이 활짝 폈다./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서울디자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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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 무렵 빛의 향연이 시작된다. 거대한 트리와 형형색색의 불빛, 축제들이 밤을 밀어내고 도시를 물들인다. 빛은 어둠을 더 어둡게, 어둠은 빛을 더 빛나게 만든다. 겨울밤 산책이 특별히 매력적인 이유다.

빛 축제의 계절을 맞아 전국 핫플레이스들을 찾았다. 올겨울 첫선을 보이는 '신상'부터 이색적인 빛 축제장까지 잊지 못할 겨울밤이 당신을 기다린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내기에도 그만. 매서운 추위마저 잊게 해줄 황홀한 밤으로 안내한다.

빛의 캔버스를 펼치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외관이 거대한 우주선을 닮았다. 곡선으로 이어진 이 비정형(非定型)의 건축물은 알루미늄 패널 4만5000여장을 조립해 만들었다. 올겨울 이 거대한 우주선이 초대형 캔버스로 변신한다. DDP 외벽을 스크린 삼아 화려한 빛과 영상, 음악이 결합한 대형 라이트 쇼가 열리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막을 올리는 서울 라이트(SEOUL LIGHT)는 내년 1월 3일까지 DDP를 화려하게 수놓을 예정이다.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매시 정각 DDP 앞을 지나는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올해 첫선을 보이는 서울 라이트는 '서울 해몽(解夢)'을 주제로 서울과 DDP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준다. 메인 작가로 참여한 터키 출신 비주얼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은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창립 100주년을 맞아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외벽에 연출한 'WDCH Dreams'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총감독을 맡은 민세희는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미디어파사드 분야를 선도하는 아티스트다. 우주선 같은 DDP에서 기술과 예술이 조화된 색다른 빛의 향연을 체험할 기회.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앞두고 공개되는 특별한 영상도 기다린다. 서울디자인재단 최경란 대표이사는 "서울 라이트는 DDP의 독특한 외관을 활용한 빛 콘텐츠"라며 "공공의 이야기를 예술과 기술로 표현해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생명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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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 센서와 홀로그램 등의 기술을 도입해 실감나게 빛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홍천 비발디파크의 ‘비발디 포레스트 별빛 이야기 길’./소노호텔앤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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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시즌을 맞아 북적이는 스키장도 밤마다 색다른 빛으로 물든다.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는 올봄 리조트를 감싸고 있는 두릉산 일대에 미디어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두릉산 자체를 캔버스 삼아 선보이는 마운틴 미디어쇼가 압권이다. 초대형 프로젝터 9대로 축구장 2배 규모인 1만5000㎡ 면적에 미디어아트를 연출한다. '호접몽'이란 이름을 붙인 작품은 비발디의 '사계'에 맞춰 아이가 꿈속에서 호랑이와 함께 우리나라 사계절을 보내는 이야기다. 거대하고 실감 나는 이 미디어쇼는 매일 오후 9시, 9시 30분·10시 총 3회 진행된다. 비발디파크 오크동에 새로 마련된 미디어쇼 테마 객실에 숙박하면 관람할 수 있다.

숙박객에 한정된 마운틴 미디어쇼와 달리 '비발디 포레스트 별빛 이야기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야간 출입을 금지하던 두릉산 자연휴양림의 산책로 1㎞ 구간을 개방해 만들었다. 봄·여름·가을·겨울로 꾸며진 4개 구간에 색색의 조명과 장애물 센서, 홀로그램, 음향 시스템 같은 기술이 더해져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관람객 움직임에 따라 센서가 반응한다. 바위가 움직이거나 나무에서 불빛이 나오기도 하고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호랑이가 눈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직장인 박건호(43)씨는 "직접 빛을 보고 만지며 실감 나는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고 어른도 잠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낭만적인 포토존에선 인생 사진을 건질 수도 있다. 오후 6시에서 10시까지, 입장료는 성인 1만2000원, 소인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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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빛축제’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빛의 바다 너머 물고기가 헤엄치는 듯한 풍경도 장관이다(위 사진). 부산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가 한창인 부산 광복로에 18m 높이의 대형 트리가 불을 밝히고 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부산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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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바다와 은하수길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해운대빛축제가 열리는 겨울밤은 더욱 그렇다. 내년 1월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는 기존의 구남로에서 해운대해수욕장까지 구역을 확장해 색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단연 돋보이는 건 해운대 해변에 드넓게 펼쳐진 '빛의 바다'. 해변을 뒤덮은 푸른빛 조명들은 쉬지 않고 움직이며 빛의 파도를 그려낸다. 어두운 해변에 일렁이는 장관에 "와!" 하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직장인 정은주(37)씨는 "여기가 내가 알던 해운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황홀하다"며 웃었다. 빛의 바다는 눈으로만 즐길 게 아니라 직접 걸어봐야 한다. 해변에 설치된 보행 데크를 따라 빛의 바닷속을 탐험할 수 있다. 중간중간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바다 위로 떠오른 달 모형의 포토존이 가장 인기다. 소셜미디어엔 벌써 해운대빛축제에서 찍은 인증샷이 넘친다.

빛의 바다를 즐긴 뒤엔 구남로로 향한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크리스마스 빛 마을'로 꾸며졌다.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앞당긴다. 캐럴 경연대회와 산타데이, 크리스마스 축하 공연도 열린다. 새해 소망을 엽서에 적을 수 있는 소망 트리와 시민 참여 행사도 펼쳐진다. 점등 시간은 오후 5시 30분부터 자정까지.

해운대빛축제와 함께 '엘시티 라이트가든 축제'도 가볼 만하다. 엘시티는 해운대의 스카이라인을 바꾼 101층 초고층 건물이다. 엘시티 소공원에서 내년 1월 23일까지 매일 오후 7시·8시·9시 대형 트리를 중심으로 특수 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진 라이트 쇼가 펼쳐진다.

지난 7월 울산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순천만에 이어 두 번째. 총 면적 83만5452㎡의 태화강 국가정원은 방대한 면적만큼 볼거리가 많지만 늘 붐비는 곳은 '십리대숲'이다. 태화강변을 따라 4㎞에 걸쳐 형성된 대나무 숲길은 계절에 관계없이 유유히 산책하며 마음을 다스리기 좋다. 최근엔 해가 진 뒤 십리대숲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인증샷 명소로 이름난 '은하수길' 때문이다. 은하수길은 십리대숲 일부 구간에 인공 조명을 설치해 만들었다. 밤이 되고 조명이 켜지면 울창한 대나무숲이 은하수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은하수 천지로 변한다. 대나무숲을 배경 삼은 빨강, 초록, 보라…. 불빛이 환상적인 축제를 벌인다. 이따금 바람이 불 때 대나무가 흔들리는 대로 춤추는 불빛도 아름답다. 어둠이 일찍 찾아오는 겨울밤엔 낭만을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일몰 후 오후 11시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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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울창한 대나무숲이 밤이면 은하수 천지로 변한다.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십리대숲 ‘은하수길’의 환상적인 밤풍경. ②서울 덕수궁 돌담길에 소원을 담은 반딧불이라는 뜻의 ‘소원 반디’가 주렁주렁 걸렸다. ③덕수궁 돌담길에 걸린 ‘소원 반디’마다 각자 다른 그림과 글씨, 소원이 담겼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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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담은 반딧불

서울 덕수궁 돌담길엔 소원 담은 반딧불이 걸렸다. 서울문화재단 공공예술프로젝트 소원반디 행사다. 소원 반디는 '소원을 비는 반딧불'이란 뜻의 소형 등이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서울시립미술관에 이르는 500m 구간에 소원 반디 5000개가 주렁주렁 맺혔다. 소원 반디는 '서울거리예술축제' '을지로라이트웨이' '여행페스타' 등에 참여한 시민들이 꿈·사랑·미래·행복·여행 같은 주제에 맞춰 자기 소원을 담은 그림을 직접 그려넣은 작품이기도 하다. 등마다 그림이나 글씨가 다른 만큼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태양광 충전식 LED 전구라서 어두워지면 스스로 빛을 낸다. 해가 지고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소원 반디를 따라 걸으며 마음속 소망에 불을 밝혀보는 건 어떨까. 소원 반디 행사는 오는 26일까지 계속된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에서 선유도공원 가는 길. 가로수에 반딧불이 반짝인다. LED 장미정원도 불을 밝히며 반긴다. 낡고 어둡고 지저분하던 선유도공원 가는 길이 달라졌다. 선유도역과 선유도공원을 잇는 양평로 22길 450m를 정비해 선유도공원과 함께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했다. 당산초등학교 옆 가로수길이 가장 눈길을 끈다.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반딧불을 조명으로 형상화했다.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조명 아래 누군가는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추억을 만든다. 선유도 입구 가로공원에는 LED 장미 1000송이가 활짝 폈다. 색색으로 물드는 장미꽃의 향연도 지켜볼 만하다. 선유도공원 가는 길 조명은 일몰 후 15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켜진다.

'미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빛축제도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부산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는 부산을 대표하는 겨울 축제다. 높이 18m 대형 메인 트리를 중심으로 광복로 일대를 장식한 행잉 구조물과 포토존은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직장인 김지훈(40)씨는 "이맘때 남포동 거리를 걸으면 눈도 즐겁고 크리스마스 기분이 나면서 마음이 설렌다"고 했다. 올해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기념해 아세안 10국 국기를 장식한 트리 10개로 만든 축복의 트리 숲도 만날 수 있다. 부산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는 규모가 크고 BIFF 광장, 부산타워, 국제시장, 남포동 맛집들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부산 겨울 여행의 필수 코스로 삼을 만하다. 내년 1월 5일까지다. 점등 시간은 오후 5시에서 자정까지.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부산 서면트리축제도 가볼 만하다. 서면 놀이마루를 중심으로 전포카페거리와 젊음의 거리에서 내년 1월 5일까지 열린다. 대형 트리와 화려하고 다양한 포토존, 위트 있는 네온사인 문구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주말에는 버스킹 공연도 열린다. 서면트리축제에선 '서돌프(서면 루돌프)'라는 마스코트가 축제 분위기를 살려준다. 서돌프는 행사장을 돌며 웃음을 유발하고 함께 사진을 찍어주거나 즉석 댄스 공연 같은 팬 서비스를 한다. 점등 시간은 월~목요일 오후 5시 30분에서 10시까지, 금~일요일은 오후 11시까지.

경북 청도의 산타 마을에서는 산타클로스와 함께 빛축제를 즐긴다. 내년 1월 31일까지 청도 프로방스에선 '크리스마스 산타 마을 빛축제'가 열린다. 산타가 살고 있다는 핀란드 로바니에미 마을을 재현한 산타 빌리지에선 루돌프 썰매를 탄 산타, 책 읽는 산타, 기타를 치는 산타, 스키 타는 산타 등 다양한 산타클로스를 만날 수 있다. 산타가 사는 예쁜 집,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볼 수 있다. 해가 지고 나면 화려한 빛축제가 열려 로맨틱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살아난다. 산타빌리지 외에도 큐피드 로드, 프러포즈 로드, 레인 로드 등의 오색찬란한 빛 터널과 테마존, 100여개의 포토존이 있어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평일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토요일 정오에서 오후 11시 30분까지, 일요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11시까지. 입장료 성인 9000원, 어린이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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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활용해 테마 공원으로 변신한 밀양 트윈터널. 폐터널을 색다른 공간으로 만들었다. /밀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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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됐던 철도 터널이 빛의 축제장으로

환상적인 멀티미디어 쇼

쓸모없이 방치되던 어두컴컴한 터널이 빛 축제장으로 변신했다. 한겨울 추위나 미세 먼지도 터널 속에선 잠시 잊을 수 있다.

충북 단양 적성면 애곡리엔 구석기 문화를 대표하는 수양개 유적(사적 제398호)이 있다. 수양개 유적 출토 유물과 구석기 시대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을 지나면 수양개빛터널과 만난다. 길이 200m, 폭 5m의 수양개 터널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1984년까지 철도 터널로 사용됐다.

이 폐(廢)터널은 2017년 빛 터널로 다시 태어났다. 6가지 테마로 꾸며진 터널 속은 화려한 LED 조명에 거울과 레이저, 영상, 음향 효과가 더해져 멀티미디어 쇼를 감상하는 것 같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즐기며 색다른 추억을 남겨보자. 황홀한 빛 축제는 터널 밖까지 이어진다. 빛 터널을 나오면 LED 조명 5만여 개로 장식된 비밀의 정원이 펼쳐진다. 야외 정원은 해가 진 뒤 진가를 발휘하는 만큼, 일몰 후 방문해 빛 터널과 함께 둘러보는 게 좋다. 월요일 휴무, 오후 2~10시(토요일은 11시까지). 입장료 성인·청소년 9000원, 어린이 6000원, 4세 미만 무료.

경부선 철도가 오가던 경남 밀양 삼랑진읍 옛 무월산 터널은 트윈터널로 새단장했다. 트윈터널이란 상행 457m, 하행 443m 두 개의 터널이 쌍둥이처럼 양쪽에 있어 붙은 이름이다. 무월산 터널은 조선시대 고종의 지시로 만들어졌는데 터널 속에서 도깨비불을 봤다거나 빛나는 돌을 주워 행운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트윈터널은 이 신비한 이야기를 캐릭터로 만들고 화려한 빛과 조형물로 채웠다. 터널 벽면과 천장을 장식한 형형색색 조명과 10개 테마 공간이 보는 재미와 사진 찍는 재미를 더한다. 터널 끝에는 삼랑진 특산물인 딸기로 만든 ‘딸기 맥주’를 마시며 쉬어가기 좋은 카페가 있다. 매일 오전 10시 30분~오후 7시(주말은 오후 8시까지). 입장료 성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

[부산·울산=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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