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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방송의 생명 '리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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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방송 작가의 꿈을 안고 어느 교육원에 다닐 때였다. 당시 유명한 선배 PD 한 사람이 강의하러 왔는데,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리액션(reaction)'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갔다. 하지만 그땐 글 쓰는 데만 관심이 있던 터라 솔직히 귀담아듣질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지금, 그가 왜 그토록 '리액션'을 강조했는지 이해하는 중이다.

리액션, 사전적 의미로는 '반응' 정도가 된다. 방송에선 가수의 노래에 관객이 환호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것, 코미디 방청객이 박장대소하는 것 등이 모두 리액션이다. 과도한 리액션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불평도 있지만, 제작진 처지에선 멀뚱멀뚱한 표정보단 좀 과한 리액션이 낫다. 프로그램에 활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보 프로그램에선 주부 방청단을 단골로 섭외해 '아~, 우~' 하는 추임새를 넣고, 공개 방송에선 관객 표정만 따라가며 찍는 카메라를 따로 둔다.

리액션은 관객만의 몫이 아니다. 진행자나 출연자의 리액션도 필수다. '풍부한 리액션'이 시청률 면에서도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출연자의 좋은 리액션을 끌어내는 것은 진행자 몫일 때가 많은데, 간혹 이를 소홀히 해 낭패를 볼 때가 있다. 가령 출연자의 말에 "아, 네, 아, 네" 하는 기계 같은 추임새를 넣어서 '영혼 없는 진행자'란 혹평을 듣거나, 자기 질문할 것에만 골몰하다 출연자가 재밌는 말을 했는데도 싸늘하게 다른 질문을 던지는 진행자가 있다. 그럴 땐 분위기는 싸해지고, 출연자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움츠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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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진행자를 관찰해보면, 어떻게 하면 좋은 답변과 리액션을 이끌어 낼까 연구하는 사람이 많다. 가령 큰 현상금이 걸린 도둑을 얘기할 때도 "현상금은 얼마입니까?"라고 AI처럼 묻기보다는 "현상금이 어마어마하다죠?"라고 질문을 던져 출연자가 자연스럽게 "엄청납니다. 무려…"라고 편안히 대답하도록 유도한다. 당연히 이러면 다른 출연자도 몰입도가 높아져 공감하는 리액션을 하게 되고, 방송은 화기애애해진다. 이런 훈훈한 방송은 시청률도 좋은 편인데, 시청자도 온기가 느껴지는 리액션에 호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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