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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내 책을 말한다] 인생은 짧고 고양이는 귀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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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용한 고양이 작가


13년 전, 고양이가 왔고 인생이 달라졌다. 밖으로 잠깐 나와 보라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나간 골목에서 나는 보았다. 누군가 버린 은갈색 소파 위에서 어미 품을 파고드는 다섯 마리 새끼 고양이의 모습을. 그것은 느닷없이 내 속에 있던 측은지심을 자극했고, 운명처럼 나를 고양이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

다행히 첫 고양이책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애묘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에도 나는 고양이책 여러 권을 더 펴냈다. 고양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나는 좀 더 내밀하게 그들의 묘생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사실 고양이에게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길에서 태어나 길고양이로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고양이도 없다. 어렵게 살아도 비관하는 법이 없고, 치열하게 살지만 서두르지도 않는다.

나는 그런 고양이와 함께하는 게 좋았다. 그들이 곁에 있어서 고마웠다. 이번 책 '인생은 짧고 고양이는 귀엽지'(위즈덤하우스)는 바로 그것에 대한 기록이다. 다만 이번 책이 그동안 펴낸 고양이책과 다른 점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아깽이'(아기 고양이)에 대한 사진과 이야기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아깽이가 태어나고 자라서 독립할 때까지의 모습을 담은, 말 그대로 '아깽이 성장 스토리'라 할 수 있겠다.

본래 이 책에 대한 구상은 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막연하게 아깽이 사진이 가득한 책을 펴내자는 생각이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아깽이를 좀 더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기록해 보자는 생각으로 옮겨갔다. 이후 아깽이의 탄생부터 성장, 육묘, 놀이, 훈육은 물론 독립에 이르기까지를 틈틈이 사진으로 담아 두었다. 그 꾸준한 기록이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책에 실린 모든 고양이는 길고양이다.

[이용한 고양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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