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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싱아·칸나·복사꽃잎… 꽃으로 다시 읽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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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김민철 지음|한길사|348쪽|1만6000원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싱아는 보기 드문 식물이다. 높이는 약 1m로 6~8월에는 흰색 꽃이 피고 줄기는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박완서는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에서 거스르고 투쟁하는 삶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받은 문화적인 충격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17년 동안 야생화에 빠져 전국을 누빈 저자가 꽃에 주목해 박완서의 작품을 읽는다. 저자는 인물의 외양, 성격부터 내면의 미묘한 심리를 꽃에 자주 빗댔던 박완서를 '꽃의 작가'라 부른다. 스쳐 지나가기 쉬운 비유도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달리 보인다.

소설 '목마른 계절'에서는 6·25전쟁 당시 벽보의 핏빛 글씨와 함께 강렬한 붉은색 칸나를 묘사하고, '그리움을 위하여'에서는 사랑에 빠져 조잘대는 동생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냇물 위로 점점이 떠내려 오는 복사꽃잎"을 떠올린다. 저자가 직접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의 특성·서식지, 꽃에 얽힌 전설 등등 풍부한 꽃 해설까지 읽고 나면 박완서의 소설을 다시 한 번 펼쳐 읽고 싶어진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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