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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위안부서 유래? 조사나선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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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교과서 속 땅따먹기 등 23개 놀이 '日帝 유래 논란' 검증 착수

교육계 "전통놀이는 기원찾기 어려워" "사실 정확히 알려야" 분분

교육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된 우리나라 전통 놀이 중 상당수가 일본에서 유래한 놀이라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맞는지 전수 조사에 나선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지난달 한국민속학회에 초등 교과서 속 전래 놀이가 일본에서 들어온 놀이인지 분석해달라고 정책 연구를 의뢰했다"며 "올해가 임시정부 100주년이고 다른 어떤 때보다 일제 잔재 청산에 관심이 높아 우리 교과서에 사실 오류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계에선 "전통 놀이라는 게 당초 유래가 명확지 않은 데다, 일본 유래라고 해도 전부 문제라고 볼 수 있느냐"는 의견과, "일제강점기 민족 말살 정책의 하나로 들여온 놀이가 맞는다면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교육부가 의뢰한 정책 연구 결과는 내년 3월 발표된다.

"초등 교과서에 일본 유래 놀이 23종 등장" 주장

교육부가 의뢰한 연구 대상은 최근 10여년간 나온 초등 교과서 133권에 실려 있는 전래 놀이 23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 초 일부 민속학계에서 '초등 교과서 속 전통 놀이가 사실 일제 군국주의 시절 행해졌던 전쟁·강탈 놀이'라는 문제 제기를 했고, 그에 따른 자체 조사를 벌였다"며 "하지만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아 한국민속학회에 공신력 있는 결과를 내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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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이 처음 제기했다. 그는 지난 5월 언론 등에 "초등 교과서에 실린 '우리 집에 왜 왔니' 등 전통 놀이가 실은 일제강점기 위안부 강제 동원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에도 시대 성행했던 인신매매, 특히 일제 때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로 데려가는 과정 등을 묘사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쎄쎄쎄,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등 총 23종의 일본 놀이가 우리나라 고유 전통 놀이처럼 소개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 집에 왜 왔니를 비롯해, 꼬리잡기, 대문놀이, 비석치기, 땅따먹기, 사방치기 등 9가지는 일본이 1940년대 우리나라 민족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들여온 놀이라는 게 임 관장 측 주장이다. 예컨대 꼬리잡기, 대문놀이는 위안부 강제 동원에서 유래한 놀이이고, 땅따먹기, 사방치기 등은 일본 군국주의 전쟁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임 관장은 본지 통화에서 "일본 놀이가 모두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교과서에서 일본 놀이를 '전통 놀이'라고 가르쳐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특히 위안부 동원에서 유래한 놀이는 교과서에서 반드시 빠져야 한다"고 했다.

"지나친 민족주의" 대 "정확히 알려야"

교육계 의견은 엇갈린다. "전통 놀이라는 게 여러 지역 문화가 융합돼서 어디서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기 어려운데 일제 때 들어온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강규형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전통 놀이의 상당수는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멀게는 유럽으로부터 전파돼 수백~수천년에 거쳐 수용된 것"이라며 "'전통'의 의미를 너무 협소하게 해석해 민족주의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전통 놀이 전문가인 전영숙 전통놀이다문화교육연구소 대표는 "교과서에서 일본 놀이를 우리나라 전통 놀이로 둔갑시켜 잘못 가르치고 있다는 건 큰 문제"라며 "적어도 그 놀이가 어디서 온 것인지 명확하게 가르쳐주고 그 사실을 거짓 없이 교과서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정책 연구를 맡기긴 했지만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해방 이후 지난 74년간 다양한 전통 놀이를 교과서에 소개했는데 최근 들어 '일본 유래 놀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 정책 연구 결과가 나오면 검토를 거쳐 추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책 연구 결과, '교과서 속 전통 놀이 중 상당수가 일본 유래'란 결론이 나올 경우 교과서 수정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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