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합의도 균형과 EU 규범에 맞아야”
‘템스강의 싱가포르’ 불허…협상 난항 예고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 재추진도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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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영국 총선에서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의 조기 실현을 내건 집권 보수당이 전체 의석 650석 중 과반을 훌쩍 넘긴 365석을 차지하며 압승한 가운데, 유럽연합이 브렉시트 이행 기간을 2020년 이후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2020년 12월 말까지로 예정된 브렉시트 이행 기간 동안 유럽연합과 모든 협상을 마무리하고 브렉시트를 완수한다는 계획이어서, 양쪽이 미래관계를 놓고 또다시 지루하고 힘겨운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집행부는 2020년 이후에도 영국이 유럽연합 규정에 따르도록 브렉시트 이행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존슨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 연장 거부 방침을 무시하고 관련 사안들을 더 따지겠다는 뜻이다. 앞서 존슨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이 의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면 브렉시트 법안들을 단독 처리해 내년 1월 31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영국은 이후 2020년 12월 31일까지 브렉시트 이행기가 끝나면 유럽연합의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도 탈퇴하고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어야 한다. 그러나 유럽연합 집행부는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과 영국의 ‘미래관계’를 협상할 시간이 11개월로 짧은 것을 고려해 브렉시트 이행기를 그 이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는 존슨 총리의 구상과 정면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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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브렉시트 합의안은 “이행기를 1~2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러려면 미래관계 협상 시한보다 6개월 전인 내년 7월 1일까지 양쪽이 합의해야 한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더 이상의 협상 연장은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과의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않은 채 브렉시트 협상 연장을 거부할 경우 사실상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서 영국은 엄청난 경제적 혼란과 타격이 불가피하다.
영국 총선 다음날인 13일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우리 앞에 있는 시간표는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며, 상품교역과 어업 분야 등을 우선협상의 핵심 의제로 삼고 나머지 문제들은 2020년 이후로 넘겨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영국의 금융서비스 분야와 화물수송기의 EU 역내 착륙권 등은 미래관계 협상에서 뒷순위로 밀려나면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유럽연합은 영국과의 미래관계에 대한 어떠한 합의도 “권리와 의무의 균형과 유럽연합의 가치와 규범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이라는 무관세 단일시장에 무임승차하는 ‘템스강의 싱가포르’ 같은 지위를 누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 상임의장은 13일 유럽연합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협상은 합의 결과가 균등하고 상이한 관심사에 대한 존중을 보장할 때에야 끝난다”고 못 박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영국이 불공정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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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존슨 총리는 조기총선 승부수에서 한판승을 거뒀지만, 유럽연합 말고도 풀어가야 할 난제는 또 있다. ‘브렉시트 반대, 유럽연합 잔류’ 여론이 더 우세한 스코틀랜드의 반발이다. 집권 보수당은 하원 전체 의석 650석 중 365석을 차지하며 과반(326석)을 여유 있게 웃돌며 압승했지만, 스코틀랜드국민당(SNP)도 48석을 얻으며 원내 제3당으로 도약했다. 특히 스코틀랜드국민당은 지역구 59곳 중 48곳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집권 보수당은 영국 연합왕국(UK)을 구성하는 4개의 홈네이션 중 잉글랜드 대부분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지만,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나머지 지역에선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며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스코틀랜드국민당 대표이자 자치정부 수반인 니컬라 스터전 수석장관은 14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스코틀랜드 주민들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할 위임을 받았다”며 “존슨 총리는 알아야 한다. 이곳의 현실에 주목하자. 이번 선거는 스코틀랜드에 분수령 같은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2014년에 이어 제2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추진할 뜻을 밝힌 것이다. 스터전 장관은 “존슨 총리는 (우리의) 길을 막을 권리가 없다”며 “스코틀랜드인은 투표에서 분명한 메시지를 말했고 이제 우리 미래를 결정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총선 다음날인 13일 보리스 존슨 총리는 스터전 수석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주민투표 추진에 반대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스터전 장관은 오는 25일 크리스마스 이전에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제2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겠다고 밝혀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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