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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정치탐구생활] 이낙연·황교안, ‘총리, 대권 불가능’ 징크스 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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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내년 4월 총선 앞두고 연말정국 치열한 힘겨루기

이낙연·황교안, 여야 지지층 대상으로 선호도 1위 독주

차기구도 이례적 현상…내년 4월 총선 성적표 첫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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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왼쪽)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송년 연찬회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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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여야가 시끄럽다.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둘러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여야가 사생결단의 전투를 치르는 이유는 하나다. 모든 건 총선이다. 여야의 벼랑끝 대치의 근본 원인은 내년 4월 21대 총선을 둘러싼 유불리 때문이다. 총선 성적표 여하에 따라서는 여야의 정치적 운명은 엇갈린다. 총선 승리가 전제될 경우 민주당은 ‘안정의석 확보 및 재집권 기반’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한국당은 ‘문재인정부 심판 및 정권탈환 기반’이라는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연말정국은 물론 내년 총선 이후를 눈여겨보는 정치인들이 있다. 현직 총리로 최고 상한가를 누리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보수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부상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다.

◇차기구도, 국무총리 출신 전성시대…이낙연·황교안 여야 선호도 1위

여야의 극한대치가 지속되던 지난 13일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갤럽의 주요 정치인 호감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도에 ±3.1%포인트)였다. 12월 둘째 주(10~12일) 전국 성인 1001명에게 지난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5% 이상 응답된 7명의 정치인 각각에 대한 호감 여부를 물은 결과, 이낙연 총리가 50%로 압도적 1위였다. 이어 심상정 정의당 대표 39%, 박원순 서울시장 32%, 이재명 경기도지사 29%,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변혁, ‘새로운보수당’ 리더) 2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18%,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17%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총리 출신의 독주 현상이다. 한국갤럽의 12월 첫째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이낙연 26%, 황교안 13%, 이재명 9%, 안철수 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여야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 ‘국무총리 전성시대’는 보다 두드러진다. 민주당 지지층은 절반에 육박하는 45%가 이낙연 총리를, 한국당 지지층은 절반에 해당하는 49%가 박근혜정부 총리를 지냈던 황교안 대표를 선택했다. 최근 황 대표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올해 차기 레이스 구도는 ‘이낙연 vs 황교안’ 양강 체제였다. 87년 체제 이후 총리 출신이 차기 레이스에서 독주하는 건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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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출신 차기 독주 이례적 현상…김종필·이회창·고건 등 전직 총리의 실패

내년 총선 이후까지 현 구도가 굳어진다면 결국 ‘이낙연 vs 황교안’의 싸움이다. 물론 차기 대선까지 변수는 수백, 수천 아니 수만 가지다. 과연 국무총리 출신의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까? 역대 사례는 부정적이다. 김종필 전 총리는 1노3김(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중 유일하게 대권고지 등정에 실패했다. 역대 대선 후보 중 가장 막강한 스펙을 자랑했던 이회창 전 총리는 97년·2002년·2007년 대선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참여정부 시절 높은 대중적 인기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더불어 ‘빅3 구도’를 형성했던 고건 전 총리도 중도사퇴한 바 있다.

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다. 헌법상 권한도 막강하다. 71조에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86조 2항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87조 3항은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 중심제 구조 속에서 한계도 명확하다. 책임총리는 말뿐이다. 현직 대통령이 힘을 나눠주지 않으면 이른바 ‘대독 총리’에 그친다. 역대 정부를 거쳐갔던 수많은 총리들을 쉽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세론 구가’ 이낙연·황교안 장단점 뚜렷…차기 대권가도 첫 고비는 내년 4월 총선

이 때문에 여의도 정치권에는 ‘총리 출신은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과거 김종필·이회창·고건 등 이 총리와 황 대표보다 대중적 인기와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했던 총리 출신의 선배 정치인들도 모두 실패했다. 나머지 총리 출신들도 가끔 대권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빛을 발하지는 못했다. 대다수가 존재감이 없거나 권력의지가 약했다. 87년 체제 이후 최장수 총리를 역임한 이 총리와 박근혜정부 총리를 지냈던 황 대표는 다를 수 있을까? 총리 출신 대통령의 강점은 분명하다. 총리로 일하면서 경제·외교·안보 등 사실상 국정의 모든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는 점에서 집권할 경우 국정운영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지난 1년간 꾸준히 차기주자 1위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보수·진보 진영 내부에서 나름의 대세론도 구가해왔다.

장점도 분명하다. 이 총리는 기자·의원·전남지사·총리를 거치며 누구보다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게다가 유력후보의 연이은 낙마로 대안부재론에 시달리는 여권의 희망이 됐다. 황 대표 역시 국정농단사태 이후 지리멸렬한 보수진영의 구원투수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조국사태 이후 삭발·단식을 마다하지 않은 투쟁 기조로 문재인정권의 대항마로 우뚝 섰다. 반면 한계도 뚜렷하다. 이 총리는 친문진영의 적자가 아닌 비주류 출신이다. 당내 기반도 약하고 독자세력도 거의 없다. 황 대표도 지나친 강경 이미지로 외연확장을 장담할 수 없다. 당 쇄신과 보수대통합이라는 최대 난제도 놓여있다. ‘총리 출신 대통령은 불가능하다’ 이 총리와 황 대표는 한국정치의 익숙한 징크스를 깨뜨릴 수 있을까? 두 사람이 넘어야 할 첫 번째 고비는 내년 4월 총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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