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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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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김기현 문건에 비위 의혹 추가해 경찰에 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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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추가 안했다던 주장과 배치

A4용지 4장에 의혹 10여개 정리… 의혹별 접촉할 인사 이름도 명시

조선일보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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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작년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경찰에 하달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비위 첩보' 문건에 제보에도 없는 새로운 비위 의혹을 추가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비위 내용을 추가하지 않았다는 청와대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검찰은 또 청와대가 내려보낸 이 문건엔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의혹이 10여개로 정리돼 있고, 의혹별로 접촉해야 할 인사들의 이름도 적힌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를 청와대가 사실상 경찰에 이런 사람들을 접촉해 '김기현 비위 수사'를 하라고 하명(下命)을 내린 유력한 단서로 보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검찰은 최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017년 9~10월쯤 청와대에 제보한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의혹 문건과 이 직후 청와대가 이 제보를 가공해 경찰에 내려보낸 '김기현 비위 첩보' 문건을 다 확보했다. 두 문건 모두 A4 용지 4장 분량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이 제보한 김 전 시장 비위 관련 문건의 제목은 '울산시장 김기현 비위 의혹'이었고, 청와대가 경찰에 하달한 문건 제목은 '지방자치단체장(김기현) 비위 의혹'이었다고 한다.

두 문건을 대조한 검찰은 송 부시장의 제보 문건에 아예 없는 새 내용이 청와대의 '김기현 첩보' 문건에 추가돼 경찰청에 하달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새로 넣은 비위 의혹은 김 전 시장과 그 주변 사람들이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이 의혹의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접촉 인사'의 이름도 문건에 담겨 있다고 한다. 검찰 주변에선 "특정인을 접촉해 비위 내용을 들은 뒤 수사하라고 청와대가 경찰에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청와대가 추가한 김 전 시장의 비위 의혹도 울산경찰청에 하달돼 작년 울산시장 선거 직전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가 끝난 뒤 검찰은 청와대가 추가한 부분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한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경찰 수사 관련 보도로 큰 타격을 입은 한국당 소속 김 전 시장은 울산시장 선거에서 떨어졌다.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인 민주당 송철호 시장이 당선됐다.

법조계에선 송 시장 측근인 송 부시장이 청와대에 넘긴 '제보 문건' 자체가 애당초 경찰 수사를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제보 문건엔 '김기현 비위 의혹'이 종류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고, 각각의 의혹과 관련된 '접촉 인사'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까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여기에 청와대가 제보 문건 속 문장을 더 쉽고 간명하게 고치고, 새 비위 내용까지 추가해 경찰에 내려보냈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들은 그동안의 청와대 해명과 배치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4일 "청와대 A 행정관이 제보 내용을 문서 파일로 옮겨 요약하고 일부는 편집해 제보 문건을 정리했다"며 "이 과정에서 새로이 추가된 비위 사실은 없다"고 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도 "청와대가 새로 추가한 비위 사실이 없다"고 했었다. 제보 내용의 분량을 줄이고 일부 문장만 손본 '단순 정리'였다는 취지였다. 한 변호사는 "청와대가 새 비위 내용을 추가해 경찰에 내려보냈다면 하명 수사로 볼 여지가 매우 커지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여당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작년 울산시장 선거 직전 경찰을 시켜 야당 김 전 시장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벌였다는 '선거 개입'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날 2017년 말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막은 혐의로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동부지검에 비공개 출석해 11시간 4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2017년 말 청와대 특감반이 금융위 국장으로 있던 유씨의 여러 비위를 확인했는데도 갑자기 감찰을 중단한 배경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부지검은 "조 전 장관은 비교적 상세히 진술했다"며 "다음에 조사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앞선 서울중앙지검의 '조국 비리' 사건 수사에선 검찰에 나와 묵비권을 행사한 바 있다.

법조계에선 "조 전 장관이 입을 열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앞선 '조국 비리' 사건에선 아내 정경심씨가 "남편(조 전 장관)은 관계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조 전 장관 입장에선 진술해서 검찰에 공격의 빌미를 주는 것보다 침묵하는 것이 유리했을 수 있다. 그러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은 그의 밑에 있었던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이 "조국 수석의 지시로 감찰이 중단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상황이다. 여기서 입을 다물 경우 그가 비리 공무원의 감찰을 억눌렀다는 직권남용 혐의를 혼자 뒤집어쓸 수 있다는 것이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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