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타임·탄력근무제도 정착으로 경력단절 예방
경력 연장 어려운 현실…남녀 임금격차 사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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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만3세, 5세 아이를 키우는데 왜 당신은 주 40시간 근무를 하고 있죠? 어서 근무 시간을 줄이고 개인 생활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두세요!"
네덜란드의 중부도시 틸버그에 위치한 파보리(Fabory)라는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김소영씨(38)는 얼마 전 인사과에서 이같은 전화를 받았다. 요지는 만 8세 이하 아이 양육을 하고 있는 소영씨가 왜 일하는 부모에게 주어지는 무급 육아휴직(ouderschapsverlof) 제도를 사용하지 않고 주 40시간 풀타임 근무를 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제야 소영씨는 네덜란드 워킹맘 동료들이 왜 주 3일만 일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부서장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소영씨는 주 28시간 안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것으로 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다. 물론 급여는 근무한 만큼만 받게 되지만, 다른 모든 혜택은 주 5일을 일하는 것과 똑같다. 이는 근무자가 요청할 경우 법적으로 회사에서 거절할 수 없도록 돼 있는 의무사항이다.
◇ "아이를 키우는데 어떻게 주 5일 근무를?"
작년부터 이 회사에서 실시한 탄력근무제(New way of working)는 모든 직원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되고 있다. 누구나 제약 없이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근무가 가능하고, 부서 동료들과 미리 조정을 했다면 눈치 볼 필요 없이 어느 시간에나 근무가 가능하다. 교통체증이 심한 통근 시간을 피해 자유롭게 근무 시간을 정할 수 있고, 소영씨처럼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를 둔 부모들은 양쪽이 번갈아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근무시간 조정이 가능하다.
네덜란드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카트린은 주 3일만 일한다. 아이가 셋이 있는 카트린은 아이들 학교가 일찍 끝나는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카트린씨가 맡은 학급은 담임 교사가 두 명이다. 학부모들 또한 대부분 학교 한 반에 교사가 적어도 2명 많게는 3명까지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이를 키우는 경우 주 5일을 일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비용이나 생산성 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아이를 둔 부모는 양쪽 모두 주 3일또는 4일만 일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와 같이 파트타임 근무제도와 문화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네덜란드 사람들의 근무시간은 연간 143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 국가 중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다음으로 가장 일을 적게 한다. 이는 멕시코 다음으로 긴 근무시간을 가진 대한민국(연간 1993시간)보다 500시간이나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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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력근무는 장점이지만…계약직 전전하는 엄마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면 모두 아이가 아프거나 갑작스런 일이 생길 경우가 가장 난처하다. 네덜란드 회사에서는 어린 자녀가 병원에 가야 하거나 부모가 곁에서 돌봐줘야 할 경우 연간 최대 8주간 유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회사 눈치를 보며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 줄 필요가 없게 한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네덜란드 초등학교는 자체적으로 방과 후 보육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일을 일찍하러 가는 부모에게는 등교 시작 1시간 전(오전 7시30분~8시30분)부터 오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오후 6시30분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이 보육교사와 함께 안전하게 부모를 기다린다.
다양한 형태의 양육 지원 덕분에 대부분 네덜란드 워킹맘들은 아이를 낳고도 '경력 단절' 없이 직장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경력 단절이 아니라 '경력 연장'이 힘들다는 것이다. 비슷한 교육 수준과 업무 경력을 가진 여성이 남성보다 공무원으로 일할 경우 5%, 일반 사업장의 경우 8% 가량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통계 조사도 나오고 있어, 이는 네덜란드에서도 꾸준히 사회 문제로 지적된다.
네덜란드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계약직으로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만21개월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을 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따라서 임신, 육아 등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 여성의 경우 지속적으로 계약직 근무만 이동하거나 상대적으로 급여가 적은 직종으로 몰리게 되는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이 조항이 악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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