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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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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이 총리로? “의회 견제 기능 무너져” “삼권분립 위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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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의장 총리 후보자 지명 두고 전문가 의견 엇갈려
한국일보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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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지 하루가 지난 18일에도 ‘국회의장 출신 국무총리’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우선 “행정부가 언제든 의회의 견제 정신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삼권분립 원칙에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반면 현행 법 체계에선 현역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있는 만큼 전직 의장이 총리가 되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왔다.

먼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정 후보자 지명이 법 위반은 아니지만 삼권분립 원칙과 정신에 위배된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도 정권이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따지며 법에만 천착하다가 일이 커졌다. 이번 지명은 대통령의 국회, 삼권분립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그는“국회 수장이 행정부 수장(대통령) 아래로 들어가는 모양새 자체가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된다”며 “이미 여당이 청와대에 절대 충성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이 국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총리직 지명으로 그런 구조가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장직 사유화’ 우려도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의장 사퇴 후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국회 의사봉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객원교수는 “의전서열 2위에 무소속인 국회의장은 공명정대하게 국회를 운영하고 임기가 끝나고 나면 정계 은퇴 후 국가원로로 지내는 게 관례였다”며 “그런데 의장을 마치고도 총리직으로 갈 수 있다는 사례가 생기면 의장이 지닌 막강한 권한을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얼마 전까지 입법부 수장으로 국회의장석에 앉았던 사람이 초선 의원들의 질타를 받는 대정부질문 답변자 위치에 서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심각한 삼권분립 위배는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직 국회의장이 총리를 겸직하면 삼권분립을 명시한 헌법 위반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 후보자는 전직 국회의장”이라며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지만 의원내각제적 요소로 현직 국회의원이 총리나 장관 등 국무위원 겸직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 43조에는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돼 있지만, 국회법 29조에선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길을 열어뒀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헌법기관장을 역임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총리에 지명한 전례(이후 지명 철회)가 있고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며 “정 후보자가 총리로서 직무에 충실하기만 하면 입법부 권한 침해나 삼권분립 훼손 우려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백두진ㆍ정일권 전 총리가 국회의장까지 지냈던 전례도 거론된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이날도 정 후보자 지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황교안 대표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고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정 후보자를 ‘시바다리’(보조라는 뜻의 일본어)로 표현하며 맹비난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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