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선업계의 '몸집 부풀리기'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시장을 겨냥해 한국보다 한 발 앞서 조선소 간 합병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조선업이 '내수산업'으로 전락하는 추세가 감지되고 있는 것. 최근 1, 2위 업체 간 합작을 통해 또 다른 몸집 키우기를 진행 중이지만, 한국 조선업에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와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일본 조선사들이 올해 보유한 수주 잔량 가운데 70%가 자국 선주들이 발주한 물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선박 척수 기준으로 일본 선주들의 발주물량이 466척이었으며 아시아와 유럽, 미주지역 발주량은 각기 90척, 84척, 15척에 불과했다.
글로벌 수주 역량 제고를 위해 조선소간 합병을 진행했지만, 자국 발주 의존도는 더욱 심해졌다. 일본은 2012년 유니버셜조선과 IHI마린을 합병해 자국 2위 조선사 재판마린유나이티드(JMU)를 출범했는데, 당시 수주 잔량 중 자국 선사 발주비중은 60% 수준으로 오히려 지금보다 낮았다. 사실상 수주물량 전체가 해외발주로 채워진 한국과 차이가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자국 발주가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일본 조선소간 합병은 해외경쟁당국의 합병 승인을 얻어야 할 이유가 없는 내수 기업간 통합이었다"고 분석했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간 합병은 유럽연합(EU)과 중국, 싱가포르에서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며 일본에서도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카자흐스탄에서는 합병 승인을 받았다.
몸집 키우기에도 불구하고 내수화 경향이 커진 배경은 기술인력 부족이다. 일본은 조선합리화 정책에 따라 1999년 동경대학교를 필두로 조선 관련 학과를 폐지해 현재는 대학에서 조선 관련 학과가 모두 사라진 상태다. 기술력 제고 없는 단순 몸집 부풀리기 탓에 글로벌 수주 경쟁력이 뒤쳐진 것이다.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의 경우, 일본 선사들이 오히려 관련 기술이 독보적인 한국에 물량을 내줄 정도다. 현재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일본 발주 LNG선은 14척이며, 8척은 건조가 완료돼 운항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업계는 한국의 조선소 합병을 앞두고 재차 몸집 키우기에 나선 상태다. 1위 이마바리조선과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는 최근 자본과 업무 제휴를 체결했는데 곧 양사가 공동으로 출자한 합작사를 만들 태세다. 사실상 합병에 준하는 효과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세계시장에서 한국에 위협이 되지는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조선소의 규모 확대보다 일본에서의 결합 심사가 한국 업계에 변수"라며 "양국 관계 악화를 빌미로 일본 경쟁당국이 몽니를 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