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부정 채용하는 방식으로 KT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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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김성태에 징역 4년, 이석채에 징역 2년 구형
"누군가 나에게 뇌물로 1억원을 준다고 할 때와 딸을 대기업에 채용시켜 준다고 할 때 무엇을 선택할까. KT 부정 채용 대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검찰)
"도대체 어떤 경위로, 그리고 왜 KT가 제 딸의 채용을 결정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딸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무심한 아버지로서 스스로 한없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20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김성태 한국당 의원과 이석채 전 KT 회장의 뇌물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김 의원에게 징역 4년, 이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날 검찰은 "취직을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청년 인생이 좌우되기도 한다"며 "채용비리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의원과 이 전 회장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모든 내용은 객관적 증거 없이 오로지 서유열 전 KT 사장의 진술에만 의지하고 있다"며 "서 전 사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만큼, 그의 진술에 근거한 검찰 측의 주장은 인정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은 지난 재판 때 등장한 '여의도 일식당 영수증'을 놓고 최종 공방이 벌어졌다. 해당 영수증은 서 전 사장의 법인카드로 결제된 것으로, 2009년 5월 14일 서울 여의도의 XX 일식당에서 오후 9시 20분쯤 71만원이 사용된 내역이 표시돼 있다.
서 전 사장은 "2009년은 기억이 나지 않고, 2011년 저녁 XX수산에서 김 의원은 주전자에 오이와 양파, 소주를 넣어 마셨다"고 증언했다. 이에 김 의원은 "거짓말이다. 나는 술은 무조건 소폭(소주+맥주)이다"며 "영수증에 나온 대로 2011년이 아니라 2009년에 서 전 사장, 이 전 회장과 함께 만났다"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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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집 회동' 시기, 뇌물 대가성·증언 신빙성 가늠자
이석채 전 KT 회장이 지난 4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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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집 회동' 시기는 김 의원의 뇌물 혐의 유·무를 가를 수 있는 핵심 증거다. 김 의원과 이 전 회장은 2009년 딱 한 번 사석에서 만났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 시기가 서 전 사장과 검찰 측의 주장대로 2011년이 아니라 2009년이라면 김 의원 딸은 취업할 때가 아니고 이 전 회장은 국감 증인 출석 방어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서로 주고 받을 대가가 없을 때다.
무엇보다 이는 서 전 사장의 증언 신빙성을 판단할 가늠자다. 서 전 사장은 법정에서 ‘‘김 의원으로부터 딸의 이력서를 받았다’ ‘김 의원 딸의 정규직 채용은 이 전 회장의 중요 관심 사안이었다’ ‘김 의원과 이 전 회장이 2011년 만났고, 김 의원이 딸이 채용을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만약 서 전 사장이 본인 주장과 달리 2009년 식사 자리에 동석했던 것이라면, 다른 증언도 그대로 믿기가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검찰 측은 ‘영수증이 있는 2009년 저녁 자리가 꼭 김 의원과 이 전 회장, 서 전 사장과 만난 자리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서 전 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갔다. 반면 피고인 측은 ‘2009년 자리에는 서 전 사장도 있었는데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반대신문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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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열 "2011년 '일식집 회동, 현금으로 결제"
지난 4월 영장실질심사 받기 위해 남부지법 들어서는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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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은 “어떻게 둘 또는 셋이 만났는데 71만원이나 나올 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검찰 조사 결과 XX수산의 가장 비싼 메뉴는 12만원짜리였고, 김 의원과 이 전 회장 모두 술도 그리 많이 마시지 않았다.
서 전 사장도 “어떻게 먹어야 71만원이나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2011년 분명히 셋이 만났고, 그 자리에서는 약 30만원 전후의 금액이 나왔으며, 현금으로 결제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 당시 현금으로 결제한 이유에 대해서는 “보안이 필요한 자리는 현금으로 결제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2009년 저녁 자리는 서 전 사장이 주장한 셋이 만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2009년 자기 명의의 법인카드가 사용된 것에 대해서는 “부하 직원에게 줘서 그 사람이 나 대신 결제가 필요한 자리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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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이석채 "서유열이 거짓말하고 있다"
반면 피고인 측 변호인은 “서 전 사장은 그날 저녁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다음 날 비공개 조찬 모임에는 참석해 해당 법인카드로 약 7만원을 결제했다”며 “그럼 그날 밤 늦게 부하 직원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다시 받아서 다음 날 아침에 사용했다는 것인데, 현금으로 할 수 있음에도 7만원을 쓰기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전 회장이 누군가와 만나는 자리였다면 서 전 사장이 없을 경우 이 전 회장의 법인카드를 사용하면 될 일”이라며 “참석도 하지 않은데 카드만 보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회장도 “수첩을 살펴 보니 김 의원과 2009년 5월에 만난 것을 되어 있다”며 “서 전 사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나름 국회의원으로서 지위가 있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파견직에 채용해달라고 하면서 딸의 이력서를 준다?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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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사건 은폐 위해 회유" vs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된다"
또 이날 재판에서는 김 의원이 딸의 채용 비리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KT 직원을 통해 서 전 사장을 회유하려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 전 사장은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KT 직원이) 김 의원 딸 채용 관련 자료가 모두 폐기됐으니, 2011년 김 의원으로부터 딸 이력서를 전달받은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당시 해당 직원은 ‘만나러 올 때 휴대폰도 가져오지 말고 지하철 승차권도 1회권으로 사용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검찰 측도 ‘김 의원이 딸의 채용 건을 은폐하기 위해 KT 직원들을 회유해 서 전 사장을 설득하려고 한 것’이라는 취지로 신문을 이어갔다.
반면 김 의원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 의원은 “딸의 이력서를 전달한 사실 자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은폐를 부탁한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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