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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불안장애·우울·불면에 효과적…오래 먹을 땐 내성·의존성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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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조디아제핀 계열은 중독성 커

금단 증상, 낙상 같은 부작용 위험

장기 복용 안전성 높은 약 나와

항불안제 복용 가이드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 생활과 점차 밀접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신과 진료의 문턱이 낮아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인 만큼 오·남용과 이에 따른 부작용은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정신과 약물 중 처방이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항불안제의 쓰임새와 주의점을 짚어본다.

항불안제는 불안장애에 처방하는 약 정도로만 알기 쉽다. 하지만 의외로 다양한 경우에 처방된다. 한마디로 활용도가 높은 약이다.

우선 말 그대로 불안장애에 쓰인다. 공황·강박·범불안 장애 모두 해당한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스트레스의 결과다. 스트레스가 심리적 항상성을 깨는 외부의 자극과 이를 지각하는 것이라면, 불안은 스트레스가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미쳐 생긴 뇌와 감정의 반응이다.

만성적으로 스트레스가 지속할 때 첫 심리적 반응이 바로 불안이다. 하지만 항스트레스 약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불안을 다스리는 것이다. 불안 상태가 되면 뇌 중추신경계가 과활성화하는데, 항불안제는 이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항불안제를 ‘신경안정제’ ‘진정제’라고 부르는 이유다.

두 번째는 우울증이다. 물론 항우울제는 따로 있다. 불안이 스트레스의 결과인 것처럼 우울은 지속적인 불안의 결과다. 근데 항우울제는 뉴런을 즉각 안정화하는 게 아니라 수용체에 작용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충분한 효과는 복용 후 2주부터 나타난다. 그래서 그 전엔 항불안제를 쓴다. 항불안제의 경우 효과가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항우울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급한 불을 꺼주는 셈이다.

세 번째는 불면증이다. 약 자체가 긴장을 완화하는 성분이기 때문에 일정 용량에 도달하면 졸림을 유발한다. 게다가 불면증에 시달리면 극도의 긴장·불안의 심리 상태가 지속된다. 항불안제는 이런 상태를 누그러뜨려 준다.

벤조디아제핀 장기 복용 금물

항불안제 복용 시 경계해야 할 것은 의존성과 내성, 금단 증상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약은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다. 알프라졸람·디아제팜·로라제팜(이하 성분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본적으로 항불안제는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데, 벤조디아제핀은 항불안제 중에서도 내성·의존성·금단 증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약으로 통한다. 1~2주 이상 장기 처방 시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미국 정신의학회, 영국 정신약물학회, 세계생물정신의학회 등은 처방 가이드라인에서 벤조디아제핀을 불안증의 초기(1차) 치료제 및 장기 치료제로 권고하지 않는다. 또 심각한 불안 및 행동장애 증상에 한해 2~4주간 저용량 보조요법으로 처방하도록 하고 있다.

처방받은 약의 성분 확인 필요

벤조디아제핀은 심각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용량을 서서히 줄여가는 게 원칙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 예민함, 불면, 손 떨림, 청각·지각과민, 경련 등 금단 증상이 생긴다. 그렇다고 계속 복용하면 용량이 점점 늘게 되고 어지럼증·졸림 등의 부작용으로 노인의 경우 낙상·골절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노인에게 낙상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고다.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벤조디아제핀을 처방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신과 약물(향정신성의약품)이라고 해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만 처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과에서도 얼마든지 처방할 수 있다. 실제 내과·정형외과·산부인과에서도 처방이 이뤄진다. 근데 이런 경우 불안장애가 아닌 다른 진단에 처방되는 경우가 흔하다.

검사 결과는 이상 없지만 증상이 남아 있는, 이른바 ‘신경성’ ‘스트레스성’ 질환에 처방된다고 보면 된다. 한때 감기 환자에게 벤조디아제핀이 처방돼 이로 인한 중독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그렇다고 항불안제 처방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런 문제 때문에 벤조디아제핀을 대체할 만한 약들이 이미 나와 있다. 부스피론(성분명) 같은 항불안제가 대표적이다. 불안장애로 인한 정신·신체 증상 개선 효과는 동등하면서도 기존의 문제(의존성, 금단 증상 등)를 해결했다. 그래서 안전하게 장기 처방을 할 수 있다.

항불안제는 용도가 다양하고 효과가 빠르지만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한 약이다. 정신건강의학과뿐 아니라 다른 과 진료 시에도 처방 약의 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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