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노출 최소화한 ‘3체임버 백
각종 영양소 한 백에 나눠 담아
사용 직전에 분리막 터뜨려 섞어
수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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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액은 환자를 살리는 ‘생명수’다. 특히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긴 환자에게 수액은 생존과 치유를 위한 ‘약’으로 활용된다. 관건은 안전성이다. 혈관으로 직접 주입되는 만큼 오염된 수액은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액 제조에서 보관까지 단계별 오염 관리법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수액은 구성 성분에 따라 기초수액과 영양수액으로 나뉜다. 수분·포도당·전해질(칼슘·나트륨 등)을 공급하는 기초 수액과 달리 영양수액은 단백질·지방·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포함돼 있다. 일반인이 찾는 비타민·마늘 주사도 일종의 영양수액으로 볼 수 있다.
수액 혼합·보관 과정서 오염·감염
그렇다고 수액이 단순한 ‘영양제’로 쓰이는 것만은 아니다. 음식을 먹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탈수·영양결핍을 예방하는 한편 혈액 응고를 막아 필요한 약물을 신속하게 주입할 ‘길’로 활용된다.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수액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는 핵심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치료 목적의 영양수액은 의식이 없는 중환자나 염증성 장 질환, 위장관 출혈 등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긴 환자, 식욕 부진 등으로 영양 불량 상태(악액질)에 처한 암 환자에게 주로 쓰인다. 건강한 사람도 위장 수술을 한 직후에는 상처 회복을 위해 3~5일간 수액으로 부족한 영양소를 공급받기도 한다.
탄수화물(포도당)·단백질(아미노산)·지방(지방산)을 기본으로 환자의 영양 상태, 보유 질환에 맞춰 함량을 조절하거나 비타민·무기질 등을 더해 치료 효과를 높인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서유빈 교수는 “수액을 과하게 주입하면 혈관 내 수분이 늘면서 심장·신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며 “나이 많거나 저체중인 환자는 같은 용량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어 지방이 포함된 수액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액에도 양면성은 존재한다. 바로 오염·감염 등 수액의 안전성 문제다. 2년 전 한 대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은 오염된 영양수액이었다. 하나의 수액을 주사기 여러 개로 나눠 담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프룬디균’이란 세균에 오염돼 패혈증이 발생했다. 서 교수는 “수액에 약물·영양소를 혼합하다 공기나 의료진의 손을 통해 세균이 옮을 수 있다”며 “미국처럼 무균실에서 이런 작업이 이뤄지기 어려워 오염·감염을 완벽히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액 자체도 변질한다. 수액의 주성분인 포도당과 아미노산은 혼합된 뒤 48시간가량 지나면 화학적으로 불안정해지면서 색이 변질하고 세균 등에 오염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방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과 분리돼 굳고 덩어리지면서 약효가 떨어진다. 지방이 포함된 수액은 영양소가 풍부해 세균이 증식되는 속도도 더 빠르다.
반면 수액을 맞는 환자는 대개 체력이 약하고 감염에 취약하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는 “장기간 음식 섭취를 못 한 환자는 간이나 장 등 면역력과 관련한 소화기관의 자극이 줄어 감염병이 발생·악화하기 쉽다”고 말했다. 혈관에 직접 주입되는 수액의 특성상 패혈증을 포함해 전신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강남성심병원 서 교수는 “말초 정맥(팔·손등)이나 중심 정맥(쇄골 아래) 등 수액 주입 경로와 관계없이 감염 위험은 동일하게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48시간 정도 지나면 화학적 변질
다행히 환자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액 오염의 예방·관리 방법은 보다 정교해지고 있다. 병원에서는 의사·영양사·약사·간호사로 구성된 영양집중치료팀(NST)이 사전에 환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액 제제를 선별하고 치료 시작·종료 시점 등을 결정한다. 수액을 혼합·주입하기 전 알코올 솜으로 손과 주변을 닦고, 제조한 뒤 1시간 이내 주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병원도 대다수다. 수액의 변질·감염을 막기 위해 하루마다 수액이 담긴 수액 백과 수액 세트(점적통·링거줄)를 모두 교체하는 병원도 많다.
수액 제제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수액을 나누거나, 혼합하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 용량·구성이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보관이 쉽고 공기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수액 백도 개발됐다. ‘3체임버 백’ 제제가 대표적이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하나의 수액 백에 각각 구분해 담았다가 사용 직전 분리막을 터뜨려 혼합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미리 섞어 보관하는 것보다 사용 직전 혼합하면 변질할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JW중외제약 ‘위너프’가 대표적인 ‘3체임버 백’ 제제로 꼽힌다.
수액은 겉으로 봐서는 의료진조차 오염 여부를 알기 어렵다. 만약 주삿바늘을 찌른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거나 주입 후 저혈압, 오한·발열이 나타난다면 수액 오염·감염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서 교수는 “주사를 맞은 다음 특히 몸이 춥고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즉시 의료진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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