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중국)=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2019.12.24. dahora83@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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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15개월 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성과가 작지 않았지만 양국 사이의 갈등의 골을 재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북핵 문제에선 긴밀한 공조와 협력에 공감했으나 수출규제와 강제징용 해법에선 이견이 여전했다. 두 정상이 45분 동안 마주앉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인식을 같이 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15개월 만에 45분간 회담…긴장 분위기 속 솔직 대화
회담장 분위기는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무겁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직후 " (두 정상이) 직접 육성으로 당사국의 입장을 듣고 상대방의 설명을 듣는 자리였다"며 "이런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대화로 풀어나가자는 데 합의해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전했다.
오카다 나오키 일본 관방 부장관도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긴장된 분위기가 있었지만 가시 돋친 느낌도 아니고 지극히 솔직한, 기탄없는 회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마주보고 솔직히 의견을 나눴다. 대화를 이어가기로 한 점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文대통령 "日수출규제 7월1일 이전으로 원상 회복해야"
하지만 한일 갈등의 핵심 현안인 일본의 수출규제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해법을 두고선 입장차가 뚜렷이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속한 수출규제 철회에, 아베 총리는 한국의 강제징용 문제 해법 제시에 방점을 찍었다. 양국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도 이런 기류가 뚜렷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3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를 '개별허가제'에서 '특정포괄허가제'로 바꾼 데 대해 "일본의 자발적 조치로 나름의 진전이고 대화를 통한 해결의 성의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수출규제가 7월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 아베 총리의 각별한 관심과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고 대변인이 전했다. 한일 관계가 완전히 회복하려면 지난 7월부터 일본이 감행한 수출규제 조치를 완전히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오카다 부장관의 브리핑에는 수출규제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 질의 응답 과정에서도 문 대통령의 발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측으로부터 당국간의 대화가 재개되고,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평가가 있었다"고만 답했다. 지난 달 우리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 전면 철회를 조건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했으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셈이다.
◇아베 총리 "대법원 판결이 원인, 韓해결책 제시하라"
아베 총리는 반면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돌리고 한국의 해결책 제시를 요구했다고 한다. 오카다 부장관은 아베 총리가 "이런 상황의 근본 원인은 구조선반도 출신 노동자(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 있다. 한국이 국가로서 한일 관계를 건전하게 되돌려 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며 "책임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에게 직접 강제징용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 것이다.
고 대변인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두 정상이 서로 입장차를 확인했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뤘다"며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고 정상간 만남이 자주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베 총리의 해결책 요구에 대해 문 대통령이 사법부 판결 존중, 피해자 실질 구제, 양국관계 등 3가지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넘겨 통상·외교당국 접점 모색…"무작정 길어지면 안돼"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에선 문희상 국회의장이 최근 발의한 이른바 '1+1+α’ 법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카다 부장관은 "새로운 제안은 없었다"며 "문 의장이 주도하는 법안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고 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앞서 정상회담 직전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문희상 안'을 언급했으나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한국의 입법부 이야기이기 때문에 코멘트를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일본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문희상 안'에 대한 피해자들의 반대가 큰 데다 국회 통과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의제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입장차가 확인됨에 따라 한일 양국은 해를 넘겨 수출규제와 강제징용 문제를 일괄 타결하기 위한 통상·외교당국간 협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일 수출관리당국은 조만간 서울에서 8차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연다. 한일 외교당국도 강제징용 판결 문제 해소를 위해 소통과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완전 철회를 조건부로 한 지소미아 종료 유예의 시한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기한을 말할 수 없지만 무작정 길어질 수는 없다"며 "어느 정도 기한 안에는 풀려야 한다는 데 한일 모두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 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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