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비싼 프랑스 파리의 점심 풍경
1년에 한번 크리스마스 때 회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노엘 런치다. 전채로 푸아그라, 메인메뉴로 쇠고기 스테이크, 디저트로 부쉬 드 노엘이 담겼다. <김채인 통신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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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뉴스1) 김채인 통신원 = 파리는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도시 중 하나이다. 간단하게 점심 한 끼를 먹으려고 해도 최소 10(약 1만3000원)~15유로 정도를 예산으로 잡아야 한다. 물론 패스트푸드나 샌드위치로 한 끼를 때운다면 5~6유로로도 가능하지만 매일 그렇게 먹을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도시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들은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매달 렌트비나 모기지(주택 대출금)를 내고 이런저런 청구서를 지불하고 나면 월급은 통장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래서 매일 10~15유로씩 쓰면서 밖에서 점심을 사먹는 건 부담이 된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프랑스 고용주들은 점심 식대를 지원해주게 되어있다.
대기업들은 대부분 구내식당을 운영한다. 가격은 밖에서 사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구내식당에서 먹을 경우, 식대 중 5~6유로 정도를 회사에서 내준다. 금액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나머지 차액만 본인이 부담하면 되는데 고르는 메뉴에 따라 대개 5유로 정도 내면 전채, 메인요리,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 채식주의자라 고기나 생선으로 구성된 메인요리를 빼고 야채만 먹는다면 2유로 내에서도 메뉴 구성이 가능해진다.
직장 구내 식당인 한 카페테리아 <김채인 통신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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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본사들은 대부분 파리 시내보다는 라데팡스를 비롯한 파리 외곽에 위치해있는데 그래서 다소 넓은 규모로 구내식당 운영이 가능한 것 같다. 구내식당 한 곳을 여러 회사가 공유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회사들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외주업체에서도 기본적인 수요가 더 늘어나니 윈윈(win-win)일 것이다. 그리하여 이직한 옛 동료와 여전히 같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점심시간에 우연히 만나 안부를 주고받게 되는 경우까지 생기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엔 구내식당 운영이 부담된다. 특히 파리 시내에 위치한 회사들은 높은 렌트비 등의 이유로 구내식당 운영이 더욱 어렵다. 이런 경우 '티켓 레스토랑'이라는 일종의 쿠폰을 발부해준다. 티켓 레스토랑 액면가가 10유로라면 고용주가 5~6유로를 부담해주고 나머지는 고용인이 낸다.
이 비용은 연봉 패키지 안에서 월급을 제외한 항목으로 들어가고, 고용주와 고용인, 양쪽 모두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티켓 레스토랑은 고급 식당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식당 및 슈퍼마켓에서 받아주고 액면가에서 남은 잔돈을 거슬러 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어 종이쿠폰 형태의 티켓 레스토랑은 서서히 체크카드 형식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구내식당에 차려진 전채 요리 <김채인 통신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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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식당 또는 티켓 레스토랑 이 두 가지가 회사에서 직장인들에게 제공해주는 가장 흔한 점심 식대 지원방법이다. 그리고 점심을 팀 동료들과, 또는 다른 팀 사람들과 먹으면서 프랑스 직장인들은 네트워킹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나누고, 또 조직의 뒷얘기들을 한다.
영미권 직장인의 점심시간처럼 10분만에 후딱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고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프랑스 사람들은 '정말 바쁠 때 가끔은 가능하지만 매일은 불가능한 일'로 여긴다. 쉴새없이 대화를 나누며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나면 1시간반은 금세 지나간다.
12시부터 2시까지는 웬만하면 미팅을 하지 않는 프랑스 직장 문화가 바로 이 점심식사의 중요성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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