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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지구 온난화에 알프스 풍경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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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동토층 녹으며 지반침하…자연눈 보기도 어려워져

[편집자주]정통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해외통신원 코너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통신One]은 기존 뉴스1 국제부의 정통한 해외뉴스 분석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포진한 해외 통신원의 '살맛'나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현지 매체에서 다룬 좋은 기사 소개, 현지 한인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 등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소개합니다.

뉴스1

알프스산맥 <정경화 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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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노블=뉴스1) 정경화 통신원 = 지난 15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가 열렸다. 196개 당사국 정부대표단이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친환경적 방안 마련을 위해 모였지만 시급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프랑스에서도 환경 문제는 당장 코앞의 일로 닥쳤다. 지구 온난화 현상을 확연하게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는 알프스 산맥이다. 알프스의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침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구 동토층이란 일년 내내 항상 얼어있는 땅을 말한다. 온난화로 눈이 아닌 비가 내리는 것도 얼마전부터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여름 프랑스 몽블랑 지역 해발 2600미터(m)에 위치해 있던 한 산장이 해빙으로 땅 전체가 함몰돼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결국 당국이 헬리콥터로 이 산장을 끌어올려, 그보다 좀 더 아래 지대로 옮겨야 했다. 이 산장은 옮겨진 채 보전되어 기후 변화의 피해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땅의 해빙으로 스키 리프트와 케이블카 등과 같은 시설들도 더 수시로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알프스 산악 가이드인 크리스토프 볼로영은 지난 6일 프랑스의 한 라디오 채널인 유럽1과의 인터뷰에서 "지구 온난화로 땅이 더이상 일년 내내 얼어있는 상태가 아니다"며, "해빙으로 바위가 깨지거나 움직이면서 스키 리프트와 케이블카 전선을 지탱하고 있는 탑 받침대들이 침하돼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겨울 고도 2700m에 이르는 샤모니의 한 케이블카가 불안정하게 움직여 케이블카 보강 공사로 100만 유로(13억원)가 들었다. 이 예측하지 못한 공사때문에 스키 시즌이 한창임에도 한 달 동안 케이블카를 폐쇄해야만 했다.

올해에는 프랑스 빙하 스키가 가능한 마을인 레두잘프와 티뉴의 스키장이 잇따라 여름 스키 시즌을 조기마감했다. 레두잘프 마을에서는 두 차례의 폭염으로 고도 3200m 지점의 기온이 섭씨 19도까지 상승해 여름 시즌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 보고서는 적설량 부족으로 30년 안에 프랑스에 있는 스키장 80~300곳이 폐장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거의 모든 스키장이 기계로 인공눈을 만들고 있지만 이도 더이상 스키장 유지의 해결책이 아니게 됐다. 인공눈을 만들려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야하는데, 중간 정도 높이의 산은 기온이 많이 내려가지 않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물 부족이다. 인공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물이 많이 필요한데, 오트 사부아를 비롯해 알프스를 둘러싼 지방들은 가뭄으로 식수도 부족한 상태다.

적설량 부족 문제에 직면한 스키장들은 눈이 없는 미래를 대비해 이미 오래전부터 겨울 스포츠 외에도 새로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사계절 관광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그르노블 근처에 있는 한 스키리프트 건설회사 지마 몽타즈 모티노의 질 크란사장은 한 지역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자전거 캐리어가 없는 스키 리프트를 생산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날이 따뜻해지면 알프스 관광객들은 스키 리프트에 자전거를 실고 올라가 산악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스포츠를 즐긴다.

한 예로 몽블랑 옆의 유명한 스키 관광마을인 레 세지는 산악자전거 코스와 알파인 슬라이드와 아쿠아 파크 등을 건설하는데 2000만 유로(약 260억원)의 비용을 투입했다.

산의 기온 상승으로 인해 해발이 낮은 산의 스키장은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해발 1000~1500m는 원래 기온의 작은 변화에도 눈이 비로 바뀌는 민감한 곳이다. 날씨의 변동에 따라 수입이 들쭉날쭉한 이 지대의 몇몇의 스키장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알프스 산맥으로 둘러싸인 그르노블 시에 사는 주민들은 지난 19일 레스토랑 야외 테라스에서 저녁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이날 밖의 기온은 한겨울인데 섭씨 17도로 평균보다 10도 높았다. 온난화로 눈이 잘 안내리게 된 알프스의 풍경은 이처럼 점점 더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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