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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진중권 "그래도 공지영은 순수, 親文에게 조국은 안중에 없고 오직 ‘대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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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을 계기로 공지영 작가와 거리감이 생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그래도 공 작가는 순수하다"며 인간에 대한 정서적 유대, 연민을 갖고 있는 공 작가와 달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문세력들은 '대권'에만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지영 작가가 유시민 작가에게 발끈했다고~"라며 이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그는 "친문세력은 조국 수호를 위해 대중에게 정서적 프레임을 뒤집어 씌웠고 공 작가는 그 프레임에 과도하게 빠져 어느새 자신과 조국 가족을 동일시하게 된 것이다"며 "공 작가 눈에는 조국이 ‘사소한 실수’(하마르티아)의 대가로 부당하게 몰락한 외디푸스처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공 작가가) 조국 가문의 몰락을 보며 ‘공포’(포보스)와 ‘연민’(엘레오스)의 감정을 느꼈겠요. 그런데 유시민이 킬킬거리며 그 비극적 감정의 무드를 깨뜨렸으니, 격분할 수밖에"라고 공 작가가 유 이사장을 향해 분노를 표출한 배경을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이미 비슷한 일이 있었다. 언젠가 김어준이 ‘조국을 구하기 위해 정경심을 버리자’고 했을 때에도, 공작가는 강하게 분노의 감정을 표출한 바 있다"면서 "여기서 우리가 보는 것은 프로그래밍 하는 이들과 프로그래밍 당하는 이들 사이의 감정의 편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정작 프로그래밍 하는 이들은 조국 가문에 아무런 정서적 유대도 감정도 없다. 조국은 그저 동업자에 불과하니까요"라며 "그저 그들의 이해관계를 지키려면 대중이 조국 일가를 수호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 수호가 ‘논리’로는 안 되니 대중과 조국 일가를 ‘정서’로 묶어 놓은 것"으로 이해했다.

진 전 교수는 "그래도 공작가는 순수해요. 요즘 대중은 약아서 그거 다 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속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초동에서 '사랑해요'를 외치거나 구치소로 위문편지 보내는 이들의 대부분은 실은 조국 일가에 아무 감정 없다. 물론 공지영 작가처럼 순수한 이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 이들은 극소수다"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조국에 대한 공작가의 사랑이 유시민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순간, 조국을 사랑한다고 외치던 그 사람들이 조국을 사랑하는 공작가를 청양고추로 ‘양념’할 것"임을 경고했다.

진 전 교수는 "이미 그들에게 조국은 안중에 없고 조국이라는 개인을 지킨 게 아니라 친문세력의 ‘대선 카드’를 지킨 것뿐이다"면서 "이미 그(조국)는 대선 카드로서 효용성을 잃었고 남은 유용성은, 이른바 개혁과제 중의 하나인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는 데에 아직 그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그를 검찰권력의 희생양으로 부각시킴으로써 공수처법 통과의 명분을 세울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것도 30일로 끝이다. 보아 하니 공수처법이 통과될 것 같다"고 한 뒤 "그러면 조국은 완전히 효용성을 잃게 되고 그럼 손절, 그 뜨겁던 서초동의 사랑은 희미한 그림자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친문 움직임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총선까지는 조국 가족은 검찰수사의 희생양이라는 스탠스는 계속 유지할 겁니다. 다만, 판결이 내려지면 그때는 본격적으로 선을 긋겠죠. 정치인들, 그때는 아마 조국과 얽히는 것을 꺼릴 것"으로 점쳤다.

그는 "김어준과 유시민이 공지영과 달리 한 가족의 비극을 저렇게 가볍게 입에 담는 것은 이 때문으로 프로그래밍 ‘하는’ 이들과 ‘당하는’ 이들 사이에는 당연히 사안을 바라보는 정서적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로 유 이사장은 프로그래머이고 공지영은 당하는 자라며 공 작가에 대한 연민을 드러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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