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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1인가구 정책 만든다지만 비혼·저출산 조장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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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령층 위주 대책서 확대

중장년층 1인가구 확산에

산업 활력 떨어지는 악순환 예상


독거가구 늘수록 재정 부담

1인가구 재원조달 방안도 과제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장세희 기자] #.부산에 사는 장준우(62)씨는 국립대교수다. 그는 사학연금으로 노후를 꾸릴 계획이며 연평균 소득도 8000만원으로 적지 않다. 딸을 출가시키고 혼자 사는 그의 주된 관심사는 건강관리다. 장씨는 "나이가 많으면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는데 갑자기 쓰러지면 어떻게 하나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정부가 1인 가구 정책이 저소득층의 경제적 지원 위주에서 소득과 관계없이 건강체크시스템 등 수요자가 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장씨 사례처럼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노인돌봄서비스 등 고령층을 위한 복지 위주로 짜여져 있다. 1인 가구화가 중ㆍ장년층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주로 고령층에 초점이 맞춰졌던 1인 가구 대책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1인 가구 지원책이 오히려 비혼 문화 확산과 저출산 현상 심화 등 사회문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복지 지출 증가 등 정부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정부 대책 내놓는다지만…= 정부는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을 단장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다음 달 초 1인 가구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산업ㆍ유통ㆍ주거ㆍ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 역시 현재 1인 가구 대책이 고령층 위주라고 지적하며 1인 가구 정책 패키지를 만들라고 주문한 바 있다.

문제는 재정이다. 1인 가구, 특히 고령층에 대한 복지지출이 늘어나고 독거가구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어날수록 정부의 재정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고령층 1인 가구가 늘어나면 부양비 부담,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은 느는데 전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실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통계청의 가계동향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인 가구를 포함하면 올해 3분기 1분위(소득하위 20%) 처분가능소득은 31만765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ㆍ장년층의 1인 가구 확산으로 혼인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 이와 연동해 저출산 심화→생산 가능 인구 감소 등으로 산업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시대가 심화될수록 노동시장 참여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산업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저소득층 소득 여건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대ㆍ계층 갈등 방지해야"= 정부 역시 1인 가구 대책이 혼인 기피ㆍ저출산 조장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이 활성화되게 되면 2인 가구나 다가구에 대한 정책개발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이 비혼 또는 저출산 조장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인 가구 확산이 세대ㆍ소득계층별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 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의 1인 가구 맞춤형 정책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1인 가구더라도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게 되면 추후 소요될 의료 비용을 줄이고, 사회 갈등을 대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 연령대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비자발적 독거 노인의 생활을 서포트할 수 있는 정책과 여성 1인 가구의 안전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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