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도보 출퇴근…재택근무하기도
대중교통 파업으로 붐비는 메트로7호선라인 <정경화 통신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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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뉴스1) 정경화 통신원 = 정부 연금 개혁안에 반대해 시작된 프랑스 파리의 대중교통 파업이 4주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됐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무기한 파업이다. 이 때문에 불편을 겪고있는 회사원들의 불만이나 연말연시 연휴를 마치고 다시 회사로 출근해야하는 파리 시민들의 불안감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파리에서 정보통신(IT) 엔지니어로 일하는 클레르(37)는 평소에는 그가 살고 있는 파리 북역 근처에서 메트로 7호선과 수도권 고속 전철 A노선(RER A)을 타고 파리 서부 외곽지역 라데팡스에 위치한 회사로 출근한다. 하지만 파업 후 그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있다.
그는 "출퇴근길에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훨씬 많이 늘어났다"면서 "그 가운데는 자전거 도로 질서를 잘 안 지키는 사람들도 많아 자전거를 타는 게 위험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군다나 겨울이라 비도 자주 와 45분동안 자전거를 타고 사무실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흠뻑 젖은 옷부터 말려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다른 대안으로 자전거 말고 택시도 세 번 정도 타봤지만 별 소용 없었다고 했다. 그는 "늘어난 차량때문에 교통체증이 심각해져 택시가 자전거보다 느리다"며 "특히 대중교통 파업기간 동안 우버 택시요금이 인상돼 괜히 돈만 많이 지불했다"고 말했다.
클레르는 비가 오지 않을 때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간 적도 몇 번 있다고 했다. 그는 "파리 인도에서 걷는 사람들을 이 정도로 많이 본 적이 없다"며 "4주째 이어지는 파업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에서는 며칠간 재택근무를 권했지만 그가 맡은 부서 관리도 해야하고, 동료들과 회의도 해야하기 때문에 그는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라데팡스의 한 회사에서 농산물 바이어로 일하는 아니에스(31) 상황은 그나마 조금 낫다. 그는 본인과 회사의 합의 하에 15일째 재택근무를 하며 전화회의를 통해 회사와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하지만 그도 납품업자들을 만나러 갈 때는 자전거를 이용해야만 한다.
파리 시내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에 대해 그는 "도로에 차량이 많아져 매연이 너무 심해 자전거를 타고 싶지가 않다"고 했다. 또 "파리의 무인 자전거 제도인 밸리브를 사람들이 너무 많이 이용해 자전거들이 이미 많이 고장났다"면서 "밸리브 회사에서 자전거를 수리할 시간조차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파업 이후로 회사 연수와 여가 활동에 관련된 행사들이 많이 취소됐다는 말이 이어졌다.
클레르나 아니에스처럼 유연 근무제가 가능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입는 피해는 더 크다. 청소나 제빵 등에 종사하는 육체노동자들은 새벽 일찍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제시간에 직장에 도착해야하지만 대중교통 운행 차질로 정시 출근이 쉽지 않다.
이미 오래 전부터 혼잡이나 연착으로 악명이 높은 파리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파리지엥들 사이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깃거리 중 하나였다. 이번 파업으로 파리지엥들은 모이기만 하면 대중교통에 대한 정보를 나누게 됐다. 교통 대란으로 같은 문제에 처한 이들이 직장에서, 자전거 도로에서, 사람들이 가득찬 미어 터진 버스 안에서 대안 정보를 주고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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