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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조국 공소장 살펴보니···아들에 "준비됐으니 시험문제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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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장관 부부, 2회 걸쳐 대리시험 의혹

검찰, 美 조지워싱턴대 업무방해 혐의 적시

靑 현직 비서관도 연루···'무리한 기소' 비판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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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Democracy’ 시험을 보려고 합니다.”

“준비됐으니 시험문제를 보내라.”

두 자녀의 입시비리에 관여하는 등 12개 혐의(11개 죄목)로 불구속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공소장에 아들 조모(28)씨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시험에 ‘대리응시’한 내용이 상세히 기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31일 국회에 제출된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2016년 10월31일 미국에 있는 아들 조씨로부터 “내일 ‘민주주의에 대한 글로벌 이해(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 과목 시험을 본다”는 연락을 받았다.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시험시간에 맞춰 대기하다가 조씨 대신 문제를 풀어 답을 보내주기로 했다. 다음날 조 전 장관 부부는 아들에게 “준비됐으니 시험문제를 보내라”고 지시했고, 조씨는 객관식 10문항을 촬영한 사진을 아이메시지로 전송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시험문제를 나눠 풀고 이를 다시 아들에게 보냈다.

조씨는 한달 뒤인 같은 해 12월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시험을 치렀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준비됐으니 시험문제를 보내되, 스마트폰으로는 가독성이 떨어지니 이메일로도 보내라”며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조씨는 이들에게 받은 답을 기입해 해당 과목에서 A학점을 취득했다. 이로 인해 조지워싱턴대 담당 교수의 성적사정 업무가 방해를 받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외에도 검찰은 부부가 자녀들의 출결 등 입시 전반에 개입하며 문서 위조·행사를 비롯한 불법 행위에 연루됐다고 봤다. 아들이 한영외고에 재학하던 지난 2013년부터 대학 졸업 후 국내 대학원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작성한 인턴증명서 등을 활용했다는 의혹이다. 2013년 7월 아들의 출석처리를 위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예정증명서를 허위 발급해 한영외고에 제출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고려대·연세대 대학원과 2018년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지원 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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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청와대 비서관도 ‘허위 스펙’ 창출에 동원됐다. 조 전 장관은 서울대 인턴증명서와 함께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명의의 허위 인턴 활동확인서 등을 아들 조씨가 지원한 대학에 제출했다. 당시 법무법인 청맥 소속 변호사였던 최 비서관은 조 전 장관과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막역한 관계다.

공소장에는 조 전 장관 부부가 2017년 10월께 아들의 대학원 지원을 앞두고 최 비서관에게 인턴활동 확인서를 부탁했다는 사실이 기재됐다. 부탁을 받은 최 변호사는 조씨가 법무법인에서 업무 보조 활동을 한 사실이 없었지만 “인턴으로서의 역할과 책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발급해줬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이듬해인 2018년 10월 이 확인서를 이용해 추가로 날짜를 조작한 새로운 활동확인서를 만들기도 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2017년 10월 11일자 확인서를 스캔한 뒤, 캡쳐 프로그램으로 인장 부분만 오려 붙이는 방법으로 2018년 8월 7일자 활동확인서를 위조했다고 결론 내렸다. 법무법인에서 장기간 인턴을 한 것처럼 꾸며 충북대 로스쿨 입시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최 비서관은 이 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검찰의 출석요청에 수차례 불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무리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는 기소 직후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든 수사였지만 결과는 너무 옹색하다”는 입장을 냈다. 윤 수석은 “수사의 의도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라며 “조 전 장관의 유무죄는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검찰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박경신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페이스북에 “전세계적으로 업무방해를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조국 교수가 온라인시험을 도와줬다고 해서 기소한 것은 검찰공화국의 면모를 다시 보여주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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