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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outlook] 미·중 무역갈등 포함 곳곳 암초…교역 부진 일시적 아닐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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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경이 진단한 위기의 한국경제

혁신성장 독려, 불확실성 해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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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2019년은 과거 10년간 작동했던 한국 경제의 성장 공식이 크게 흔들린 한 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고환율로 수출 드라이브를 걸면서 떠오르던 중국 경제의 등에 올라탔고, 그 결과 위기를 빠르게 극복했다. 주력 기업들을 앞세운 수출주도 성장전략은 더욱 공고해져 일본을 바짝 추격하게 됐다.

그러나 한국이 세계시장 확대에 베팅했던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 국제무역이 위축되자 주력 산업들이 한파를 맞게 됐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세계 교역량에 단단히 묶여 있는 경제구조가 지난해에 그 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세계 교역량이 줄었고 세계 반도체 시장도 약 14% 축소됐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은 11% 정도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약 8% 줄었다.

2020년 한국 경제도 세계 경제 여건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많은 기관의 예측대로 세계 교역이 회복되고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난다면 수출은 감소세를 멈추고 조금이나마 증가할 것이다. 설비투자도 증가세로 반전되면서 경제성장률은 2%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 교역 위축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었다면 어떨까. 미·중 무역 갈등이 악화되고,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세계 교역이 계속 축소된다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은 제조업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다. 보호무역 확산은 정치적 요인에도 기인하므로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지는 알 수가 없다. 확실한 것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불확실성에 대응해 주요국은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을 펼 것이다. 통화정책 효과가 약해졌다는 지적들이 나오면서 재정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수출 부진을 재정정책으로 상쇄하려는 노력이 강화될 것이다.

2020년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투자 활성화를 통해 민간의 활력을 높이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드러난다. 민간의 투자 수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정부가 신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공공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과감히 투자한다면 경기회복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내수 측면에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주된 요인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이다. 생산연령(15-64세) 인구는 지난해 5만5000명 줄었는데, 새해에는 무려 23만2000명 줄게 된다. 은퇴자 숫자가 노동시장 진입자 숫자보다 눈에 띄게 많아진다. 이는 경제 전체의 소비 성향을 낮춰 내수를 위축시킨다. 젊은이들이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출산을 기피하는 것도 당장 소비를 줄이는 요인이다.

이뿐만 아니라 은퇴를 앞둔 연령층의 노후대비 저축이 늘면서 이 자금이 부동산 시장 근처를 맴돌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노력에 큰 도전이 될 뿐 아니라 금융 안정성에도 위협요인이 될 것이다. 부동 자금을 어떻게 생산적인 곳으로 돌리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또 노후 대책이 취약한 노년층도 크게 늘면서 정부 재정으로 노인 일자리를 더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복지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일이지만 가능하면 노인 일자리가 공공서비스를 보완해서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게 해야 한다.

불확실성 속에서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과거의 성장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2010년대엔 세계무역에 ‘다 걸기’해서 성공했었지만 보호무역 환경에선 혁신성장이 더 중요하다. 가격 경쟁력으로 돌파하기 어려우니 질적 도약으로 승부하자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여력이 큰 재정을 사람과 지식·기술, 공공재에 투자하고 저출산 대책도 과감히 펼쳐 성장 잠재력을 다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 ◆하준경

중앙일보

하준경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에서 거시경제와 경제성장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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