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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북한, ‘자력갱생’으로 ‘대미항전’…남북관계는 북·미 대결에 종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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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인사이드]



북한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개최하면서 2019년 연말을 장식했다. 지난해 북한의 노동당 전원회의는 두 차례 열린 셈이다. 지난해 4월에는 제7기 4차 전원회의가 있었고, 8개월 후인 12월에 5차 전원회의가 또다시 소집한 것이다. 4차와 5차 전원회의에서 제기되고 보고된 내용 중에서 공통점은 자력갱생 정책에 대한 강조 사항이다. 이것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면서 내부적 체제 정비와 강화 필요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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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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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전원회의에서는 두 개의 안건을 내놓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사회주의 건설에서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고 나갈 데 대하여’였다. 5차 전원회의에서도 자력 강화를 위한 국가관리와 경제사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바로 잡아야 할 문제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뤘다.

대화와 협상에 대한 유보적 기대 견지

4차 전원회의 때까지만 하더라도 지난해 신년사에서 내놓은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라는 구호 관철 차원의 연장 선상에서 자력갱생이 강조된 측면이 강했다. 김정은 정권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전에는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한 제재완화로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 갈 수 있기를 강하게 희망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나 이러한 긍정적 희망의 실현이 어렵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자력갱생 정책 강화로 내부결속과 체제단속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미 트럼프 정부에 대한 기대를 유지한 듯했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관계 개선과 제재완화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지난해 연말까지 기다린다는 유보하는 태도를 견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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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31일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는 소식을 1일 여러 사진과 함께 1면 전체에 실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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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와 자력갱생’ 미·북 양자 대결 판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는 제7기 4차 전원회의 때와는 훨씬 투쟁적인 자력갱생 기치를 내걸었다. 이 회의에선 ‘자력갱생과 제재’ 대결을 북·미 대결 관계로 굳혔다. 미국은 핵 문제뿐만 아니라 여타 내용을 깆고 북한을 표적으로 하는 정치·군사적 위협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립이 장기화할 것이며, 제재 상황 속에서 살아나가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여러 방면에서 그들 내부적 힘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제재완화로 경제건설의 활로를 찾겠다는 의지를 포기하고,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미국의 본심’을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흡진갑진(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음)'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외교적 리속(이속)’을 차리는 동시에 ‘제재를 계속 유지하여’ 그들의 ‘힘을 점차 소모 약화시키자는 것’이라는 인식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북·미 대화를 ‘불순한 목적 실현에 악용’ 하는 것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제재와 압박으로 치른 대가를 받아내기 위해 ‘충격적인 실제 행동’을 취해나갈 것이라 천명했다. 그 ‘실제 행동’은 ‘정면돌파전’으로 구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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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TV가 지난해 10월 8일 '자력으로 승리떨쳐온 빛나는 역사' 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영화는 북한이 산업, 과학, 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추진해온 자력갱생 노선의 역사를 소개했다. [영상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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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돌파 전’(1): 경제적 자력갱생으로 돌파 북한은 제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기본 인식을 갖고 있다. 제재가 길어질수록 북한 경제는 심각한 위험성에 빠질 수도 있다. 북한은 그들의 경제건설에서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존엄’은 팔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존엄’은 김정은 정권 그 자체를 말한다. 정권을 내놓고 대외적 유리한 환경 즉 제재 완화와 같은 조치와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대비책 강화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재 속에서도 살아남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조성된 현 정세는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각 방면에서 내부적인 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위해 ‘정면돌파전’의 기본 전선을 경제전선으로 상정하고,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자 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경제토대 재정비, 생산잠재력 총발동으로 인민생활의 수요 보장”을 당면과업으로 제시하면서 “나라의 형편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제사업의 문제점으로 “국가의 집행력, 통제력 미약”, “자력갱생의 구호만 외칠 뿐 실제로 경제토대를 보강하지 않는 폐단들” 등을 거론했다. 특히 “경제사업에 대한 통일적 지도와 전략적 관리와 기업 경영관리방법 개선의 부진”으로 “국가의 경제조직자적 역할이 강화되지 못하고 경제 전반 활성화에 심중한 문제들이 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풀어야 할 문제로 “경제사업체계와 질서를 합리적으로 정돈”하고, “오늘에 와서까지 지난 시기의 과도적이며 임시적인 사업방식을 답습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경제사령부로서의 ‘내각책임제‧중심제’ 강화로 내각의 통일적 지휘 보장, 현실적 요구에 맞게 계획사업 개선해 인민경제계획 신뢰도 제고, 전반적인 경제 기구체계 정비. 경제관리개선 사업 강화 및 불필요한 규제 및 비효율 요소들 개선, 국가 상업체계‧사회주의상업 복원, 전문건설역량 확대 및 건설장비 현대화, 현실성 있게 사회주의 기업책임 관리제 실시 등을 해결방도를 제시했다. 이 밖에도 공업 및 농업부문 과업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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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대미정책과 전략무기 개발을 언급한 대목에서 나온 사진으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과거 열병식 때 등장한 무기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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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돌파 전’(2) : 전략무기 개발 지속으로 정치외교 및 군사적 돌파 북한은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 나가는 것을 그들의 국방건설 목표로 설정했다. 전략무기개발 사업을 더욱 활발히 추진해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일 것을 천명했다.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계속할 경우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없을 것이며,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 진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상시로 핵 억제력의 동원태세를 유지할 것이며, 그 폭과 심도는 미국의 태도 변화에 달렸다는 유보적 주장을 펼친 것으로 보아 미국과의 대화 여지도 남겨놓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국이 자발적으로 그들이 바라는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지켜보기보다는 핵·미사일과 같은 전략무기 개발과 시험을 지속함으로써 압박을 통한 인위적 변화를 미국으로부터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4월 전원회의 이후 북한은 각종 단거리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로 미국을 압박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시로 인해 무위로 끝났다. 이제 북한은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더 강한 대응을 준비할 명분을 찾고자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중지, 핵시험장 폐기 등의 선제적인 중대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합동군사연습, 첨단전쟁장비 반입, 십여 차례 단독 제제조치로 압살하려는 야망에 변함이 없음을 보였다”면서 “이러한 조건에서 대방도 없는 공약에 일방적으로 매여 있을 근거가 없어졌다”며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철회로 새로운 도전을 시사했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이 그들의 기술개발이 허락하는 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새로운 유형의 핵실험 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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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진행된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오른쪽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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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는 미·북 양자 대결구도의 종속변수로 이번 북한 전원회의 주요한 화두는 ‘제재와 자력갱생’의 대결 판이다. 북한은 제재는 미국이 중심이 되어 그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상정하고 이에 대한 직접적인 대결 판을 구축하고자 한다. 전원회의 결과에 대한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에서 ‘정면돌파’를 무려 22번, ‘자력갱생’과 ‘경제’는 각각 9번, 49번 언급할 정도로 ‘제재와 자력갱생’ 대결 판이 크게 강조됐다. 제재는 장기화할 것이기 때문에 전 방위적인 자력갱생 정책으로 ‘대미항전’ 구도로 정면돌파하고자 했다. 그들은 이 대결 판을 북·미 양자 대결 구도로 굳히고자 했다.

자연히 남북관계는 북·미 양자 대결 구도의 종속 변수로 치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우리 당은 꿋꿋이 뻗치고 서서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적대세력들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 언명했다.. 한국도 그들 편에 서서 미국을 반대하고 투쟁하지 않고 미국과 협력적 태세를 유지한다면 적대세력이 되며 심대한 타격의 대상일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셈이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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