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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특금법’ 없이 맞이한 2020년,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엔진은 식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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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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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았다. 검토해야 할 주요 법안 중 하나로 꼽혀왔음에도, 연이은 국회 파행으로 또다시 해를 넘겼다.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말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의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법안소위 통과는 법안 처리 절차 중 가장 중요한 단계다. 법안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을 좁히고 법안의 문제점을 손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들은 여야 간 의견 대립이 치열한 쟁점 법안이 아닐 경우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큰 무리 없이 넘어설 수 있다. 특금법 개정안은 비쟁점 법안이다. 법사위만 가도 법률로 공포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특금법 개정안은 법사위까지 가지 못했다. 패스트트랙 법안, 추미애 장관 인사청문회 등을 놓고 여야가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계속 후순위로 밀린 탓이다. 1월 또는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통과된다 해도 예상보다 늦은 건 사실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 더불어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화’가 점점 미뤄지고 있다.

그동안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하고자 했던 여러 법안은 법안소위에 1년 이상 묶여있었다. 이를 기준으로 ‘한두 달쯤 늦어지면 어때’라고 여유 부릴 땐 아니다. 암호화폐 관련 사고의 크기는 점점 커지고, 사고 발생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두 달 동안 일어난 일만 보자. 지난해 11월 6일 코인제스트는 8월부터 이용자들의 원화 출금을 막아온 이유가 자금난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후 12월 20일에는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 투자를 받겠다고 밝혔다. 투자를 받지 못할 경우 이용자 출금이 열릴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11월 27일에는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가 해킹으로 580억 원어치 이더리움(ETH)을 도난당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업비트는 국내 4대 거래소 중 지난해 유일하게 흑자를 거둔 곳이다. 때문에 피해 금액을 회사 자산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업비트가 아닌 다른 거래소가 큰 규모의 자금을 도난당했다면 이용자 피해를 해결할 수 없을 확률이 높다.

또 11월 12일에는 코인빈이 파산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초 직원이 암호화폐 보관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프라이빗 키를 분실하면서 이용자들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코인빈의 해명을 믿지 않는 사람도 많다. 거래소가 파산 선고를 받으면서 이용자들은 묶인 돈을 끝내 꺼낼 수 없게 됐다.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되더라도 시행까지는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다만 특금법이 진작 시행됐을 경우를 가정해볼 순 있다. 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해선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대표적인 신고 수리 요건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인증 가상계좌 두 가지다.

두 가지를 지킨 거래소만 영업할 수 있었다면 코인제스트나 코인빈 같은 사례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실명 계좌로 운영되면 거래소가 이용자 돈을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자금난을 겪거나 법인 계정의 프라이빗 키를 분실하더라도 이용자들의 돈은 변함없이 남아있다.

해킹도 마찬가지다. 물론 업비트는 ISMS 인증을 받았음에도 해킹을 당했지만, 인증을 위해 보안 체계를 정비하면 해킹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특금법 개정안이 두 달만 먼저 시행되어도 많은 암호화폐 관련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 관계자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다. 법과 회계, 그리고 암호화폐의 구조에 대해 깊게 파는 업계 관계자도 적지 않다. 다른 국가에서 어떤 법안을 구축했는지 참고할 사례도 여럿 쌓였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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