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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美 '가역조항' 검토했다…제재 11번 언급한 김정은 회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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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모두 11차례나 제재 문제를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자력갱생의 위력으로 제재 봉쇄 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을 선언하기도 했다.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실패 후 지난해 4월 김 위원장이 "제재 해제 따위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대북 제재가 북한엔 뼈아픈 대목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북한의 '크리스마스 도발' 예고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지난해 12월 대북 제재 이슈를 둘러싸고 '대회전'을 벌였는데 이 역시 제재 이슈가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핵심 고리라는 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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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크래프트 주유엔 미국 대사가 지난해 12월 11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안전보장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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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난달 미국이 유엔 안보리 차원의 언론성명 초안을 만들면서 '가역 조항(조건부 제재 완화)' 반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가역 조항'은 비핵화 진전에 따라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것이다. 시기는 지난 달 16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가 일부 대북제재 해제 결의안을 전격적으로 제출한 즈음이라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안보리 결의안 2397호는 28조에서 '북한의 행동에 따라 관련 조치(제재)들은 강화, 수정, 유예되거나 제거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역조항 발동은 지난달 유엔 안보리 북한 비확산 회의에서 장쥔(張軍) 주유엔 대사가 주장한 내용이기도 하다. 중국이 제안했던 가역 조항 부분을 미국이 언론성명에서 받아들이려 했다는 것이다. 그 즈음 한국을 찾은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도 "(북한과) 타당성 있는 단계와 유연한 조치를 통해 균형 잡힌 합의에 이를 준비가 되었다"(지난 달 16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 면담)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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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해 3월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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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역 조항'이 주목되는 건 조건부 제재 완화라는 점에서 북한이 한때 관심을 보였던 '스냅 백' 개념과 일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스냅 백'은 기본적으로 제재 완화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3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평양 기자회견에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스냅 백' 제안에 긍정적이었는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밝힌 적이 있다. 북한 입장에선 '스냅 백' 개념이 들어가더라도 제재 완화가 이뤄진다면 비핵화 조치에 나설 용의가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이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면서도 “북한이 (미국의 요구 사항 중 하나인) 비핵화의 최종 상태(end state)에 합의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는 취지”라고 평가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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