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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란 군부실세 솔레이마니, 미군 공습에 사망..."트럼프가 공격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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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공습에 사망했다고 AP와 AFP 등 주요 외신이 이라크 국영방송을 인용해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AP는 이번 공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긴급 속보로 전했다.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도 이번 공격으로 함께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PMF는 이번 공격에 대해 "바그다드 국제공항 도로에 있는 그들의 차량을 미국이 공격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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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셈 솔레이마니.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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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대한 폭격 소식도 전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3일 바그다드 공항 화물 터미널 인근에 카추샤 로켓포탄 3발이 떨어져 모두 7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들의 시신은 심한 화상으로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AFP통신은 이번 공항 피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8명이라고 보도했다.

숨진 솔레이마니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총사령관이자 이란의 역내 전략 설계에 깊이 가담해 왔다.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그는 1979년 이란 혁명 발발 당시 이슬람혁명수비대에 가담해 팔레비 왕조의 붕괴에 일조했다.

사담 후세인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혁혁한 공을 세워 명성을 얻은 뒤 쿠드스군 총사령관의 지위에 올랐고,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가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을 벌일 당시 민병대를 직접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솔레이마니는 책략과 모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9년 이란 혁명이 일어났을 때 혁명 수비군에 가담하여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미국 대테러센터(CTC)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솔레이마니 여지 없는 현존 중동 최강의 장군"이라면서 "그는 이란에서 최고로 사랑받는 사람이자, 유력한 대선 주자"라고 평가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017년 솔레이마니 사령관에게 친서를 보내 "악성 종양을 분쇄해 중동과 무슬림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와 인류에 크게 기여했다"며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벌어진 IS 격퇴전에서 그의 공로를 치하하기도 했다.

이란에선 영웅 대접을 받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솔레이마니는 지난 15년 동안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의 존재감을 공고히 하고 중동 일대를 이란에 유리하게 재편하는 노력을 주도해온 실세로 꼽혀 왔다.

알무한디스는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의 창설자로 시아파 민병대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쿠드스군은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 해외의 친이란 무장조직이나 정부군에 대한 혁명수비대의 지원, 지휘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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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를 폭격한 미국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31일(현지시간)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에 진입, 기물을 부수고 불을 지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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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두 달째 이어진 미군시설에 대한 포격, 최근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시위대의 습격을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시아파 민병대의 실질적인 배후로 이란을 지목해 양국 간 긴장이 고조돼왔다.

솔레이마니에 대한 미군의 표적 공습으로 이란의 보복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이들의 죽음은 중동의 잠재적인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으며 이란과 이란이 지지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에 맞선 중동 세력으로부터 엄혹한 보복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의 추가 도발 조짐이 있다"면서 "필요한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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