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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北·美 갈등 완화 韓 역할 중요… 북핵 금방 풀릴 일 아니다” [동북아 정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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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하오 中 외교학원 교수 인터뷰 / 2020년 北·美관계 교착 지속 가능성 높아/ 양국 극단적 도발로 파탄 원치 않아/ 韓, 北과 접촉해 美에 의견 전달해야

사드 이후 한·중 관계 다시 회복중/ 한반도 평화 위해 관계 조율 중요/ 시진핑 방한 전망… 소통 강화해야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했지만/ 정치·외교·경제 여전히 복잡한 상황/ 대화로 합의 도출 가능 시사 긍정적

세계일보

쑤하오 중국 외교학원 교수가 3일 베이징 외교학원 인근 카폐에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2020년 미·중 관계 전망을 비롯해 북·미 관계, 한·중 관계 등 동북아 정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2020년 중국과 미국 관계는 복잡하다. 미국이 중국을 적수로 생각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의 제도와 중국 내 공산당 지위를 바꾸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는 냉전적 색채가 너무 강하다. 또 무역협상 1단계 합의로 양국 간 긴장이 경제적으로 다소 완화할 수는 있지만, 2단계 협상이 남아 있다. 이것은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안보 문제도 적잖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홍콩도 있고, 대만도 있다. 한반도 문제를 이용해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쑤하오(61)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3일 미·중 간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 대한 의미와 2020년 양국 간 관계 전망을 요청하자, 1단계 합의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치, 외교, 경제의 복잡한 상황을 거론하며 “전체적으로 볼 때 그렇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쑤 교수는 “1단계 합의는 중요하다. 그러나, 1단계 합의는 1단계일 뿐이다. 경제 갈등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1단계 합의의 의의는 양측이 양자 및 경제 관계에서 대화를 통한 합의 도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며 “앞으로 부각될 첨단과학 기술, 금융 부문에 이어 심지어 안보 문제까지도 대화를 통한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쑤 교수는 또 미·중 관계를 중심으로 북·중, 북·미, 한·중 관계 전망을 잇달아 풀어내며,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미 설득에 나서야 한다”며 미국 동맹국인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미·중 갈등을 완화하는 데도 한국의 역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0년 북·중 관계는 “2019년 북·중 수교 70년을 거치며 양국 관계가 한 단계 격상했다. 급진적인 변화 없이 다소 평온한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미 관계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양국 관계의 파탄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어서 서로를 자극하는 극단적인 도발이나 압박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렇지만 북·미가 모두 양측이 원하는 것을 먼저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북핵 문제가 갑작스럽게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이 거세다. 미국의 목적은 무엇인가.

“미국은 현재 중국에 대해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중국 공산당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인 이데올로기 문제다. 또 다른 하나는 어떤 중국이든 강대해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을 앞지르거나 미국과 나란히 강해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자신의 우세를 잃을까 우려한다. 심지어 따라잡힐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 수준이 뚜렷하게 굴기하기 전에 압력을 가해 주저앉히려고 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 지배 체제를 바꾸고 싶어하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것은 현재 중·미 관계의 복잡한 요소 중 하나다. 중·미는 모두 동아시아와 서양 문명을 대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이데올로기적 색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많은 미국인은 ‘중국은 좋은 중국이지만, 중국 공산당은 좋은 것이 아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에 타격을 가하고 싶어 한다. 미국의 입장은 냉전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공산당은 중국의 일부이며, 공산당은 중국 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몇십년 동안 중국 발전에서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일보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있다고 보나.

“그렇게는 안 된다. 이미 늦었다.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여전히 미국과 중국 간에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최근 몇십년 동안 발전을 볼 때 중국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다. 미국은 중국의 발전을 다소 늦출 수는 있겠지만 막을 수는 없다. 과학기술 등을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의 중국의 부상은 필연이다. 미국은 어떻게든 그 과정을 길게 끌고 가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중국이 미국에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중국 경제구조 문제다. 미국은 자유경제 사회이지만 중국은 국민경제 혈맥이라고 불리는 산업에서는 여전히 국가 통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국유기업이 중요하다. 미국은 중국에 국유기업 비중 축소, 공기업 보조금 축소 등을 요구하지만, 중국은 할 수 없다. 경제구조가 다르고, 사회 환경도 다르다. 미국 말대로 하면 중국 경제는 붕괴한다. 미국의 요구대로 개혁할 수 없다. 또 중국 경제도 현대화가 필요하다. ‘중국 제조 2025’를 포기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반드시 그 길을 따라서 가야 한다. 어떤 나라도 자국 국가 기술 발전을 이룩할 권리가 있다.”

―10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 수 있을까.

“그런 관점에서 문제를 봐선 안 된다. 양국 모두 과학기술과 경제발전 측면에서 두터운 문명 대국이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고, 앞으로 미국이 영원히 중국을 압도할 수는 없다’는 식의 말은 모두 부정확하다. 중국이 경제 규모 면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는 있다. 경제 발전 수준, 과학기술 수준은 또 다른 문제다. 각자가 강점과 약점이 있다. 양국 관계는 일종의 소강상태를 가져야 한다. 이것이 동서 문명의 사회적인 균형이며, 합리적인 처사라고 본다.”

세계일보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완화 요청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했다. 어떤 의도인가.

“북핵 문제가 교착 상태에 있다. 한반도 긴장이 다소 완화됐지만, 정체된 상태로 진전이 없다. 원인은 미국에 있다. 북한 비핵화를 진정으로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대한 압박 수단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다. 중국을 전략적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는 미국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한반도 개입 명분을 잃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계속 압박하는 상황에서는 북한이 먼저 변화를 주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일부 완화를 통해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대북제재의 점진적인 해제가 필요하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에 설명해서 미국이 그렇게 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미국이 대북제재를 조정하기를 바란다.”

―유엔 제재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한국의 역할이 있다면.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계속적인 북한과의 접촉이 중요하다. 어렵게 진전이 있었고, 이 추세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또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미국의 동맹국이다. 한국의 관심사항을 미국에 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중 간 소통 강화다. 중국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결정적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중 관계 조율이 중요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관건은 북한에 어떤 조건을 제시해서 어떤 이익을 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에 가장 우선적인 것은 국가의 생존과 김씨 왕조의 생존이다. 두 사안이 진정으로 보장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핵 포기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 작금의 문제는, 미국이 그 길로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에 있지, 북한에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세계일보

―미국이 계속 압박하면 북한이 달라질까, 혹은 붕괴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은 근성이 있다. 이미 매우 가난하다. 더는 추락할 것이 없다. 북한은 매우 고통을 잘 견디고,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또 북한이 붕괴하면 중국과 한국에 모두 이익이 되지 않는다. 국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적절한 인도적 지원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중국, 한국, 러시아 등의 도움으로 북한 경제가 붕괴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 압박으로는 북한 붕괴를 이끌 수 없다.”

―2020년 한·중 관계 전망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후 한·중 관계가 역전됐다. 그 전에는 무척 좋았다. 지금은 다시 회복되는 중이지만 계속 올라갈 필요가 있다. 중국도 한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방문 시기 등 한·중 양자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년에 꼭 방한할 것으로 본다. 양자 관계강화에 도움이 된다.”

베이징=글·사진 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쑤하오 교수는 ·1958년 출생 ·베이징사범대 역사학과 ·베이징사범대 역사학·국제관계사 석사 ·외교학원 국제관계학 박사 ·외교학원 교수 ·외교학원 ‘전략 및 갈등 관리 연구센터’ 주임 ·동아시아 연구센터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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