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당 장악' 포석도…대권가도 갈림길
黃 "중진의원도 험지 출마" 요구…대대적 물갈이 예고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 대전'에서 여권에 완패하면서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졌고, 급기야 검찰은 전날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황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여기에 총선 승리의 열쇠인 보수 통합과 당 혁신은 지지부진했고, 이는 황 대표의 리더십으로 직결됐다.
급기야 홍준표 전 대표는 현 지도부 사퇴를 통한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고, 3선의 여상규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황 대표의 사퇴를 거론했다.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대선까지 진행하려는 황 대표로서는 위기에 봉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규탄발언하는 황교안 대표 |
결국 황 대표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지난 1일 기자간담회 때만 해도 "어디든 당의 뜻을 따르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던 황 대표가 이틀 만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수도권 험지 출마는 곧 당선이 보장되지 않음을 뜻한다. 낙선 시 황 대표의 정치 행보에는 중대 차질이 예상된다.
황 대표는 이같이 결정한 배경으로 '통합'을 꼽았다. "통합을 위해 저부터 앞장서겠다"며 험지 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황 대표는 그동안 보수통합을 위한 기득권 내려놓기를 강조해 왔다.
따라서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으로 '나를 내려놓겠다'는 메시지를 보수 야권에 발신, 통합 동력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리더십 풍파를 딛고 총선까지 장악력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당장 '개인적 희생'까지 감수하며 승부수를 던진 황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는 잦아들 수 있다.
수도권 험지에 직접 나서 등 돌린 수도권 중도·보수층에 바람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전체 총선판을 주도함으로써 '한국당의 간판'임을 새삼 각인시키려는 의도도 깔렸다고 할 수 있다.
한 중진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로서는 모든 것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황교안의 승부수일 뿐 아니라 자유 우파의 승부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당,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 |
나아가 황 대표는 자신의 험지 출마를 고리로 당 혁신의 모멘텀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이날 "중진 의원들께서도 험한 길로 나가주시면 좋겠다"는 주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이를 두고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중진 의원들, 나아가 대구·경북(TK) 의원들, 일부 대선 주자들까지 겨냥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호랑이 등에 올라타 칼을 쥔 황 대표가 칼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칼질을 하며 앞으로 나가지 않고 칼을 놓치면 곧바로 호랑이 등에서 떨어져 죽는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당 대표가 솔선수범한 만큼 중진 의원들이나 텃밭 의원들이 수도권을 비롯한 험지로 가지 않으면 남은 선택지는 용퇴뿐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했다.
당 일각에선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무더기 기소가 황 대표의 결정을 앞당겼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기소로 20명 넘는 의원들의 총선 행보에 경고등이 켜지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황 대표가 '지역구 출마'를 선제적으로 선언, 사실상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는 것이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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