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 5개 넘어 우후죽순
황교안의 한국당은 또 장외로
리더십도 없고 희생도 없어
‘탄핵의 강’ 둘러싼 견해차 여전
안철수 돌아와도 통합은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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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3년 가까이 논의됐던 보수통합 논의가 진전은커녕 거꾸로 가고 있다. 4·15 총선을 불과 100여일 앞둔 시점이지만, 보수 정치세력은 전보다 더 사분오열하는 모양새다. 탄핵을 계기로 찢어진 이들의 정치 성향은 양극단으로 흐르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이들이 통합을 호소해도 이를 이끌 리더십이 없다. 집단적 자기희생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가 아니라 ‘보수가 분열로 망할 판’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극우를 넘나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행보가 중도·온건보수와 거리만 더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 보수 야권은 쉼 없이 분화 중
야권에서는 새로운 정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지난 2일 안철수 전 의원이 정치 복귀를 선언한 데 이어, 3일에는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새로운보수당’을 꾸린 옛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현 바른미래당의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안철수계와 유승민계를 제외한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들도 별도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지만, 지금은 손학규 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안 전 의원이 복귀 뒤 바른미래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신당을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통합을 내건 ‘국민통합연대’와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꾸린 ‘전진4.0’도 활동 중이다. 강경보수인 우리공화당까지 합하면 바야흐로 보수 야권의 춘추전국시대다.
보수 야권을 재편해 맹주가 되려 하는 자유한국당은 3일 광화문에서 또 장외집회를 열었다. 장외투쟁과 단식농성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던 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별 성과도 없이 또 거리로 나서자, 당내에선 불만이 들끓었다. 한국당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다지기에 나서도 모자랄 판인데 황금 같은 연초에 장외집회에 당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광화문 등지에서 ‘태극기부대’와 또 엉키면서 극우보수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공수처법 저지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태극기·성조기를 들고 국회를 에워싼 사건은 결정타였다.
■ 야권에 드리운 ‘황교안 리스크’
보수 정치세력 사이에서는 안철수 전 의원의 정계 복귀를 계기로 자유한국당·새보수당·우리공화당 등 중도와 보수의 대통합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낙관론이 조심스레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황교안 리스크’다. 보수통합은 총선 승리를 위한 당위이지만, 보수 정치권에서는 ‘입으로 통합을 외치면서 오른쪽만 바라본’ 황교안 대표의 행보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한국당 내부에서 황 대표가 물러나 보수통합의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출마를 선언한 여상규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부가 보수 대통합을 위한 발걸음을 한 걸음도 못 떼고 있다”며 “지금 황교안 체제를 공고히 하면 유승민계나 안철수계에서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비대위를 꾸려 통합 국면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안철수와 유승민까지 이어지는 중도 확장이 정치권에서 말하는 ‘보수통합’이라면, 황 대표가 말하는 ‘보수통합’은 우리공화당, 전광훈 목사 등을 포함한 진지의 구축이라는 점에서 다른 것 같다”고 짚었다.
■ 아직도 ‘탄핵의 강’에서 허우적
총선 날짜는 다가오지만 보수 야권은 아직 ‘탄핵의 강’을 둘러싼 견해 차이마저 극복하지 못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감정적인 거부감도 존재한다. 비박계인 김무성 의원이 이날 우파 대통합 결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어 “20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당시 최고위원과 공천관리위원들, 그리고 당이 이 지경이 되는 데 책임 있는 중진들이 자리를 비워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친박계는 요지부동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어려울 때 당을 떠났던 사람이 개선장군처럼 돌아오면 기존 지지층에선 오히려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외부에서 보는 보수통합의 전망도 비관적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과거에는 묻지마 통합 정서도 있었지만, 지금은 친박계의 자기반성 없이는 중도층이 한국당과 결합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미 중도층이 마음을 주기엔 한국당이 꽤 멀리 왔다는 진단이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여권의 한 인사도 “혁신은 사람을 바꾸는 것인데, 지금 한국당의 이미지는 박찬주나 전광훈 정도”라며 “공천권을 내려놓고 참신한 인물이 비대위원장으로서 통합과 혁신을 추진하지 않는 한 여권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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