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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트럼프의 솔레이마니 제거 지시, 참모진도 깜짝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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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고드스 특수부대 사령관 제거 작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팜비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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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공격 방안 중 가장 강경한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를 선택해 주변 참모진도 크게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라크 키르쿠그 미군기지에서 협력업체 소속 미국 민간인 1명이 로켓 공격을 받고 사망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 휴가차 머물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안보 담당 최고위 참모들이 모여 ‘대응 공격’을 논의했다. 참모진은 이란 선박 또는 미사일시설 타격,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 공격 등을 제시했다. 이란 군부의 실세인 혁명수비대 고드스 특수부대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하는 안도 나왔으나 이는 “다른 대책이 더 합리적이고 타당하게 보이도록 할 의도로 제시된 비현실적 방안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 보도했다.

실제로 이날 솔레이마니 제거안은 선택되지 않았다. 대신 미군은 지난달 29일 이란 지원을 받는 이라크·시리아 내 시아파 민병대 조직 카타이브 헤즈볼라 시설을 폭격했다. 이에 이란은 “미군은 중동을 불안하게 한다. 점령을 끝내야 한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달 31일 시아파 민병대가 폭력 시위를 벌이고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을 습격했다. 이 모습을 TV를 보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해 솔레이마니 제거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다른 주권국가의 장성 지휘관을 죽이는 것은 전시가 아니고서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안이다. 솔레이마니 이전까지 미국이 외국의 군부 고위 인사를 제거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야마모토 이소로쿠 일본 연합함대 사령장관을 처단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런 이유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공화당 매파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솔레이마니 제거를 승인하지 않았다.

2012년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대사관 피격 사건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를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대사관 피습에 무대응으로 넘어가면 유약해 보일 것으로 우려했다고 측근들이 NYT에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작전을 기피하는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 이란에 대한 보복 폭격을 ‘몇 분 전에’ 취소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솔레이마니 제거 결정에 미국 국방부도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stunned)’고 NYT는 전했다. 한 행정부 관료도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의 결정은 대담했으며 우리 중 많은 이들이 놀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정치 담당 참모들과 만나 재선 선거운동 등에 대해 논의하던 도중 5시쯤 회의장에서 빠져나와 솔레이마니에 대한 드론 공습을 최종 승인했다. 일부 참모는 뚜렷한 ‘임박한 공격’의 증거 없이 공습하는 데 따른 법적 정당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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