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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얼굴 X같이 생겼다” 직장갑질 제보 중 12%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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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괴롭힘을 당했지만 최근들어 더 심해졌습니다. 하루는 상사가 갑자기 저를 불러 면담하더니 ‘넌 업무능력이 빵점’, ‘네가 살 수 있는 빠른 길은 시집가는 것’이라고 하며 쏘아붙였습니다.” -직장인 A씨

“실수를 조금이라도 하면, ‘얼굴 X같이 생겼다’, ‘너 그럴 거면 나가라. 회사 왜 다니느냐’, ‘꼬우냐’, ‘지나가는 고등학생 데려다 일 시키는 게 낫겠다”고 말했습니다. 저한테 일을 주지 말라고도 하시더라고요. 늘 다니면서 ‘나는 감정 쓰레기통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인 B씨

중앙일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5일 직장내 괴롭힘금지법 관련 제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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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내 괴롭힘금지법 시행 6개월째를 맞아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226건을 분석한 결과, 11.9%인 27건이 모욕과 관련된 제보였다고 5일 밝혔다.

제보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모욕과 멸시에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우울증과 불면증,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겪고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모욕과 갑질 사례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상사가 까라면 까야지. 상사가 네 친구냐”, “기대해. 지옥이 뭔지 보여줄 테니까”, “나 때는 말이야. 이런 건 상상도 못했어”, “너 왕따야? 왜 아무도 안 가르쳐주느냐”, “○○씨는 무슨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린다”, “상사한테 뭐라고 입 놀려 고자질했느냐”, “찢어진 입이라고 함부로 놀리냐”, “너 진짜 또라이 같아” 등의 언어 폭력을 행사했다.

직장갑질 119는 “모욕과 조롱, 멸시, 무시, 비아냥의 단어들이 회사원들의 심장을 후벼 파고 청년들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다”며 “모욕적인 비난을 받은 직장인들은 극심한 우울증, 불면증, 불안장애,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 “상사로부터 ‘아기 낳은 적 있어?’, ‘무슨 잔머리가 이렇게 많아?’ 등의 이야기를 들은 직원에 대해 법원이 ‘상사의 행위가 단순 농담의 범위를 넘어 굴욕감, 모욕감을 줬다’며 5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는 사례를 소개하며, “사람들 앞에서 공연히 모욕을 하면 ‘모욕죄’로,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 있고, 욕이 없어도 모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결책으로 “기록하고, 녹음하고, 증거를 모으고, 목격자·동료 발언을 모으고, 동료들과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발행한 ‘직장내 괴롭힘 예방 대응 매뉴얼’에도 ‘다른 직원들 앞에서 모욕감을 주거나 개인사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는 등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와 ‘합리적 이유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하는 행위’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욕은 형사 고소의 대상일 뿐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발행한 직장내 괴롭힘 예방 매뉴얼에서도 ‘괴롭힘’으로 규정돼있다”고 지적하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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