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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미국 ‘솔레이마니 암살’ 국제법 위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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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없이 제3국 이라크서 군사작전…주권침해 논란

자위권 인정될만큼 명백·임박한 위협 존재도 의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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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가 이란 군부 실세인 카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습으로 살해한 것을 놓고 합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3국인 이라크 영토에서 이뤄진 공격인데다, 명백하고 임박한 위협이 있었는지 등을 둘러싸고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쟁점은 미군의 이번 공습이 국제법에서 인정해주는 자위권 행사의 구성 요건을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솔레이마니는 미국 외교관과 군 요원에 대해 임박하고 사악한 공격을 꾸미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를 현장에서 잡아 끝장을 냈다”고 주장했다. “임박하고 사악한 공격”이란 표현은 위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치외법권적 행위를 담당하는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조사관은 4일 트위터를 통해 “이른바 선제적 자위권의 기준은 아주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즉각적이고 불가항력적이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고 숙고할 시간이 없을 때”여야 하는데, 이번 사례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다. 미 육군사관학교에서 전쟁법을 강의했던 게리 솔리스도 “미국이나 미국의 이해에 대한 공격이 진행되고 있다는 문서화된 확고한 증거를 가지고 있었으면 한다. ‘계획이 진행 중’이라는 주장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실제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에서 미 대사관들과 미군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새로운 정보들의 ‘확실성’을 둘러싸고 미 행정부 안에서 논란이 있는 와중에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임박한 공격 정보는 빈약한 것이었으며, 중대한 위협이 임박했는지도 회의적이었고, 미군이 획득한 정보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솔레이마니의 공격 계획을 승인했다는 정보는 없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미국이나 이란 영토가 아닌 제3국인 이라크의 바그다드 공항에서 미군이 군사력을 동원해 솔레이마니를 살해한 것은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국제법상 해당국의 동의 없이 제3국 영토에서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미국은 이번 공습 때 이라크 정부의 허가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아딜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 등이 “이라크 주권에 대한 침해”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드론 사용이 광범위해지면서 국제법이 더욱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트르담대학의 메리 엘런 오코널 국제법 교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요인 암살을 위해 드론을 배치하기 시작한 이후 국제법이 더욱 희석화됐다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기엔 ‘드론 암살이 미래의 테러리스트 공격에 대비한 자위권’이라는 식으로 국제법적 정당화까지 시도했다고 한다. 오코널 교수는 <가디언>에 “미국이 취할 마지막 단계는 (국제)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그 지점에 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일한 주장은 솔레이마니가 나쁜 놈이고, 따라서 죽어야만 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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