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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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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나이 들수록 떨어지는 원기 회복 도와주는 귀한 한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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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력 보충에 좋은 베타셀리넨

신경 안정 돕는 아가로스피롤

염증 억제하는 유황 성분 가득

침향의 효능

중앙일보

한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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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을수록 전반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게 마련이다.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지는 탓이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잔병치레도 잦아진다. 한의학에서는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약재로 침향(沈香)을 활용했다. 한국·중국 전통 의학서에 침향은 신체 기운의 소통을 돕는 귀한 약재로 소개돼 있다.

침향은 인도네시아 등지에 서식하는 침향나무에서 채취한다. 침향나무가 상처를 입을 때 각종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치료하기 위해 분비하는 수지(樹脂, 나무 기름)가 오랜 시간에 걸쳐 굳은 것이다. 끈적끈적한 액체인 수지는 나무의 상처를 치유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굳으면서 덩어리가 되는데, 이것이 바로 침향이다. 수지가 침향이 되기까지 길게는 수백 년에 달하는 인고의 시간이 응축된다. 역사 속에서 침향이 귀한 대접을 받아온 이유 중 하나다. 침향나무 목재는 색이 연하고 하얗지만 침향은 단단하고 색깔이 어둡다. 열을 가하면 향기가 난다. 침향은 향유고래의 용연향, 사향노루의 사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으로 꼽힌다. 불교 경전 『중아함경』에서는 ‘향 중에서 오로지 침향이 제일’이라고 했다.

한·중 전통 의학서가 인정한 효과

침향은 현재 그 가치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왕실에서 귀한 약재와 향료로 사용했다.

침향의 건강 효과를 기록한 의학서가 적지 않다. 『동의보감』에는 침향에 대해 ‘성질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고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적혀 있다. 중국 명나라 본초학 연구서인 『이시진』에서는 ‘상체에 열이 많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천식·변비, 약한 소변 등에 처방한다’고 소개한다. 중국 송나라 의서인 『본초연의』에는 ‘나쁜 기운을 제거하고 치료되지 않은 나머지를 고친다. 부드럽게 효능을 취해 이익은 있고 손해는 없다’고 기록돼 있다. 효능은 크지만 그에 비해 부작용은 적다는 의미다.

명나라 의학서 『본초강목』에는 ‘침향은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하며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해 주며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고 적혀 있다. 이런 효과 때문에 조선 시대에도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진 몸을 보충하는 약에 침향을 즐겨 사용했다. 귀한 만큼 여러 질환과 증상에 쓰였다. 기 순환을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과 변비를 다스리고 간질을 잡고 안정을 취하는 데 침향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침향의 성분을 추출해 과학적으로 효능을 분석하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밝혀진 연구에 따르면 침향의 주요 성분 중 하나는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식물에서 추출되는 항산화 성분으로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다. 만성 신부전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사례가 있다.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침향을 섭취하게 했더니 식욕부진과 함께 복통·부종 등 증상이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성분은 ‘아가로스피롤’이다.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리는 아가로스피롤은 침향의 독특한 향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본초강목』에 명시된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킨다’는 내용은 바로 침향의 아가로스피롤 성분 덕분이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불면증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외에도 침향의 유황 성분은 항균 작용으로 염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혈액순환을 개선해 신진대사를 촉진하기도 하고 설사 증상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침향은 예로부터 귀한 재료로 여겨지며 약재로 많이 활용됐다. 기의 순환을 원활히 해주는 데 도움을 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두루두루 영향을 미치는 효능 덕이다. 하지만 침향을 복용할 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복용에 신중히 해야 한다. 침향은 기본적으로 열을 내는 성질을 갖고 있다. 또 한의학에서는 양기가 왕성한 사람에게 침향을 잘 쓰지 않는다. 침향은 기혈 순환을 돕는 기능이 뛰어나지만 기운이 너무 없는 사람이 침향을 복용할 경우 오히려 기가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입증한 배합 제품 먹어야

침향을 과용해서도 안 된다. 본인의 체질이나 증상에 맞더라도 한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두통·복통·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침향을 먹을 땐 소량씩 다른 재료와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지금도 한방에서 침향은 알레르기성 질환, 신장·간 기능 강화, 천식, 변비, 위경련, 위장 통증 같은 증상에 두루 쓰이고 있다. 심혈관을 강화하는 한약재인 우황·사향·산수유·당귀 등과 함께 침향을 가감해 약효를 높이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전신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침향을 활용해 일정 비율로 배합한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입증한 침향 배합 제품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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