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해 공기와 접촉한 알약의 유통기한은 1년입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약은 약효가 떨어져 효과가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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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요즘은 집집마다 비상시에 대비한 의약품이 준비돼 있습니다. 일반적인 두통약이나 감기약 같은 진통제와 피부에 바르는 연고 같은 약품이 대부분입니다. 간혹 두통이 생겨 약을 찾아 막상 먹으려고 하다보면 망설여질 때가 있습니다.
약을 사다 놓은지가 너무 오래됐기 때문이지요. 유통기한을 살펴봐도 2~3년이 지난 약이 그대로 있습니다. 이 약을 먹어도 될지, 아니면 먹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정용 상비약에도 유통기한이 표기돼 있다는 것은 먹어도 되는 기한이 한정돼 있기 때문 아닐까요? 일반 식품처럼 유통기한이 약간 지났더라도 먹어도 큰 문제는 없는 것일까요? 일반 식품과 달리 쉽게 상하거나 부패하지 않기 때문에 더 헷갈립니다. 문제 발생여부를 떠나 약효는 있는 것일까요?
먼저 의약품의 유통기한을 정하는 기준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의약품의 유통기한을 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유효성분의 용량'과 '독성물질의 농도' 등 두 가지입니다. 의약품은 제품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순간부터 유효성분의 농도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의약품이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유효성분의 농도가 일정 농도 이상 유지돼야 하는데, 이 농도가 일정 농도 이하로 감소해 의약품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유통기한으로 설정합니다. 특히 의약품의 유효성분 농도 감소 속도는 개봉 후 산소와 접촉하면 더 빨라집니다.
따라서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은 원래 기대한 만큼의 약효를 거둘 수 없습니다. 개봉해 산소와 이미 접촉한 약품일 경우는 유통기한이 지났다면 버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독성물질의 농도는 산화하면서 생기기도 합니다. 유해 성분이 미량일 경우는 약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면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유통기한은 의약품 내부의 작용 등으로 인해 만들어 질 수 있는 독성물질이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을 기간을 예측해 정하는 것입니다.
고체 형태의 알약의 경우는 개별 포장에 따라 유통기한이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개봉 후 1년 정도입니다. 개별포장 없이 플라스틱통에 무더기로 든 알약의 경우 개봉한 날로부터 1년이라고 합니다.
병원에서 처방전에 받아 약국에서 조제한 알약은 조제과정에서 이미 공기와 접촉했기 때문에 2개월 이내 복용해야 합니다. 이런 알약들은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서늘한 곳, 기온 차이가 크지 않은 실온 상태로 보관했다가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가루약은 조제과정에서 분쇄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역시 공기 접촉이 있고, 습기에도 취약해 알약보다 유통기한이 짧습니다. 1개월 이내 복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튜브형 연고의 유통기한은 개봉 후 6개월입니다. 사용후에는 튜브의 끝부분을 반드시 깨끗하게 닦아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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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형태의 시럽은 개봉 시점부터 1개월 이내 복용해야 합니다. 1회용 복용병에 덜어 먹을 때는 공기 접촉이 더 많으므로 2~3주 내에 복용하고, 장기간 보관했다가 다시 먹을 때는 시럽 속 가라앉은 성분을 다시 섞일 수 있도록 흔들어서 복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점안액 형태의 인공눈물 등 안약류는 개봉 후 1개월 이내 사용해야 합니다. 투약 때 눈에 닿는 경우가 많아 세균 번식이 쉽기 때문에 1개월 이전이라도 색이 바래거나 할 경우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또 1회용 눈물의 경우는 방부제가 첨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봉했다면 하루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피부에 바르는 튜브 형태의 연고는 개봉하지 않을 경우 유통기한이 엄청나게 길어질 수 있지만, 개봉 한 이후에는 6개월 정도가 유통기한이라고 합니다. 연고는 바르면서 손이나 환부에 닿는 경우가 많아 튜브 끝부분에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용후 튜브 끝부분을 깨끗하게 닦아주어야 합니다.
여기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은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안됩니다. 의약품은 화학적으로 합성된 성분인 만큼 자연분해가 어렵습니다. 그냥 버리면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약국이나 보건소 등에 비치된 의약품 수거통에 버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간편한 진통제라고 유통기한을 지키지 않고 먹었다가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가정에 상비약을 구비할 때는 개봉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하고, 개봉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유통기한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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