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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란 대통령, 트럼프에…"미 대사관 인질 52명? 미군에 격추된 290명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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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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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988년 미군의 오판으로 격추된 이란 민항기 탑승 희생자 290명을 언급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52라는 숫자를 언급하는 자들은 290이라는 숫자도 기억해야만 한다”고 썼다.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한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양국 관계의 역사적 책임을 이란에 지우려하자 ‘미국 책임론’으로 맞선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이란이 솔레이마니 피살을 보복한다면 이란 내 52곳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52라는 숫자는 주이란 미 대사관 인질사건(1979~1981) 당시 억류된 미국인 숫자와 같다. 이란 이슬람혁명 9개월 뒤인 1979년 11월4일, 이란 대학생들은 미국으로 망명한 팔레비 왕의 신병을 인도하라며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을 급습한 뒤 미국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 52명을 444일 동안 잡아뒀다.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이듬해인 1980년 이란과 단교하고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인 인질 숫자 ‘52’ 부각은 이란 잘못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란 책임론’에 로하니 대통령은 미군의 이란 민항기 격추사건으로 맞받아쳤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해당 사고 여객기 편명인 IR655에 해시태그를 달고 “절대 이란 국민을 위협하지 말라”고 썼다.

이란·이라크 전쟁 막바지였던 1988년 7월3일,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지원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포함과 교전을 벌이던 미군 순양함 빈센스호는 인근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압바스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향하던 이란항공 655편을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시켰다. 아동 66명 포함 290명 탑승객 전원이 숨졌다. 당시 미군은 거듭되는 경고 사인에도 응답이 없었고, 이란군 전투기로 판단해 대응사격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미군이 민항기 교통 관제 주파수를 청취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갖추지 않고 있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미국 정부는 어디까지나 사고였다며 희생자 유족들에게 거액을 배상했지만, 오늘날까지도 이란 정부 내 다수 보수·강경파들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민항기를 격추했다고 보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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