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미국·이란 갈등, 러시아엔 위기이자 기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라크서 미군 철군 땐 기회…역내 영향력 ‘회복 길’ 열려

전면전 땐 군사·경제적 부담

이란 정권 교체 땐 우방 잃어



경향신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정교회 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성호를 긋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 타스연합뉴스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암살이 중동 지역의 구도를 뒤흔들면서 러시아의 입지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미국의 시리아 철군으로 생긴 힘의 공백을 틈타 중동 지역의 중재자로 떠오른 터다. 현 상황이 러시아에는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미국의 솔레이마니 표적 살해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불법적 암살 행위라며 비난하고 있지만 이익을 얻는 건 러시아라고 했다. 미국과 이라크의 협력관계가 끝나고 이라크 내 반대 여론에 밀려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한다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입지가 약화됐던 러시아가 영향력을 회복할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앞서 이라크 의회는 지난 5일 정부가 이라크 주둔 외국군 철군을 요구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는 미국과 이라크 사이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대국인 러시아는 중동 안보 리스크로 유가가 고공행진하면서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보복을 다짐하는 이란이 러시아제 무기 구입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이란이 핵합의 탈퇴를 선언한 만큼 핵개발 과정에서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과의 계약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러시아에 딜레마를 안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와 이란은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반군 진압을 위해 적극 협력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사정이 다르다. 러시아가 이란을 지원하기에는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후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미국이 현재의 이란 정권을 교체하도록 방관할 수도 없다. 이 경우 러시아는 중동 지역의 유력한 우방을 잃게 된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의 러시아 전문가 콘스탄틴 에거트는 이날 칼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선의 선택은 피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에거트는 지적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오는 1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이란 문제를 논의한다. 앉아서 이익을 기다리기보다는 중재자 역할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신문 최신기사

▶ 기사 제보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