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인 지성호씨와 체육계 성폭력 실태를 고발한 김은희 전 테니스 코치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020년 인재영입인사 환영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
자유한국당이 2020년 새해 첫 영입 인물로 ‘꽃제비’ 출신 탈북 인권운동가 지성호씨와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테니스 코치를 발표했다. 지씨와 김 코치 모두 “자유한국당 입당을 고민했지만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당은 당내에 인권센터를 설립해 두 사람을 지원할 예정이라 밝혔다.
◆지성호 “지켜주지 않는 사회 서러워 울었던 탈북 소년… 트럼프 대통령도 만나”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인재영입위원회는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2020 영입인사 환영식’을 개최하고 한국당의 새 인물들을 선보였다.
자신을 ‘꽃제비(먹을 것을 찾아 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돌아다니는 북한 어린 아이들을 지칭하는 은어)’ 출신이라 밝힌 지씨는 15살 때 열차에서 떨어져 팔·다리에 장애가 생겼다. 탈북 후 탈북 주민들과 자원봉사 단체를 꾸려 활동해왔으며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현재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한국당은 지씨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 의회 의원들과 맺어온 인연이 한국과 미국의 가교 역할을 하리라 기대했다.
발언하는 탈북 인권운동가 지성호씨. 연합뉴스 |
‘고향이 함경북도 회령시인 대한민국 국민 지성호’라고 자신을 소개한 지씨는 “팔·다리 절단 당시 14살이었던 저는 마취나 항생제 없이 수술을 받아야 했다”며 “꽃제비로 영하의 날씨에도 밖에서 잠을 자며 장애 가진 몸으로 일 해야만 했다. 북한 경찰당국은 병신(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 죽지 않는다고 고문하고 목발 짚은 저를 길거리 세워놓고 매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지씨는 “아파서 보다는 지켜주지 않는 사회가 서러워서 통곡하며 울었던 그 소년이었기에 오늘이 당연히 행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집에 살 수 있고 쌀밥을 배불리 먹어서 그런 것 같다고도 했다.
◆“한국 국민 자체가 자유 선물 받고 태어나… 인권문제 해결 위해 노력할 것”
지씨는 2006년 20대 초반 목발을 짚고 헤엄쳐 두만강을 건너 1만4000km를 걸어 탈북했다. 지씨는 그때 자신에게 스스로 한 약속으로 “첫째, 탈북자인 걸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둘째, 중증장애인인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셋째,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나 납세 의무 다 하며 살 것을 약속했다”며 “넷째는 고향 사람들로부터 파견된 대사와 같은 마음으로 그들 몫까지 최선을 다해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백악관, 국무부, 유엔 국가를 넘나들며 북한땅에 있는 2500만 영혼 살려달라고 외쳤다. 미 백악관 연두교서에 초청되기도 했고 국제사회 많은 지도자와 북한 땅에서 자유를 만들려고 노력해가고 있다”며 “한국 청년으로 똑같이 살아가면서 왜 힘들었던 경험 없겠나. 그래도 웃는 것은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민 자체가 자유 선물받고 태어났다”고 강조했다.
지씨는 “한국당 인재 영입으로 이 자리에 섰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고민 있었다”며 “솔직히 말씀드리면 자유한국당이 인권문제에 대해 일을 제대로 못 한 게 사실이다. 인재 영입 맡은 분들과 많은 대화 나누면서 변화에 대한 확신 가질 수 있었다. 인권센터 등 내가 실제 할 수 있는 일들이 진행 중이다. 한국당과 함께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일하는 사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희 “한국당 하면 인상부터 썼으나… 인권문제 해결 위한 의지 확인”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코치는 “지금으로부터 약 18년 전 만 11세 나이에 당시 초등 테니스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아동 성폭력 당했다”며 “2016년 7월 말, 저에게 평생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가해자와 싸우기로 결심하였을 때,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던 몇 건의 사건들은 제게 용기와 희망이 되어 줬다”고 밝혔다.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테니스 코치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020년 인재영입인사 환영식에서 황교안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뉴스1 |
이어 “피해자가 자신의 박탈당한 인권을 되찾고자 신고를 할 때,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은 저를 더욱 힘들게 했으며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슬퍼하며 좌절하고 있을 때, 그들을 위한 일을 해달라며 염동열 위원장님께서 제게 영입을 제안하셨다”고 한국당 입당 과정을 전했다.
김 코치는 “‘한국당’ 하면 인상부터 쓰던 제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당이 지향하는 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기 때문”이라면서도 대화를 통해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당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오늘 영입한 두 분의 공통점은 용기, 인권”이라며 “두 분이 뜻했던 것을 우리 당에 들어와 꼭 뜻을 이룰 수 있도록 한국당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사회 변화 이끌어가는 책임있는 정당 모습을 함께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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