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6 (토)

美 재보복 땐 이란사태 '통제 불능'…트럼프 '재선 득실' 판단에 달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카사스 법칙 따라 보복

美 반격 시 우방국 공격 등 경고…美 경계태세 최고조

전문가들 "美 반격 땐 사태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

트럼프 온통 '재선' 생각뿐…'성명'에 국제사회 주목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김정남 기자] “지금까지는 매우 좋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잘 갖춰진 군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내일 아침 성명을 발표할 것이다.”

“미국에 악몽을 선물하겠다”고 다짐한 이란이 미군 주둔 이라크 기지 2곳에 미사일 보복을 감행한 7일(현지시간) 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놓은 단 하나의 메시지다. 대내외에 미국의 힘을 과시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동시에 공포에 떠는 미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언급으로 풀이된다.이란의 복수극이 현실화하면서 양국이 ‘강 대 강’의 전면전으로 치달을지, 아니면 외교적 해법을 찾을지를 판가름낼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눈에는 눈’…이란 13가지 ‘보복 시나리오’ 계속 쓸까

이란군 핵심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에 대한 미국의 제거 사태로 촉발된 이란의 복수극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전날(6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미국에 대한 모든 복수는 직접적이고 비례적인 공격이 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이란 국가안보위원회(NSC)에 지시했고, 이에 이란 정부는 미국에 보복을 가할 수 있는 13가지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가장 수위가 낮은 보복도 “미국에는 역사적인 악몽이 될 수 있다”(알리 샴카니 이란 NSC 의장)고 이란 관영 매체들은 전한 바 있다.

이날 ‘순교자 솔레이마니를 위한 작전’(Operation Martyr Soleimani)으로 명명한 이란의 미사일 보복이 시작된 후 호세인 데흐건 이란 최고지도자 군사 수석보좌관은 미 CNN방송에 “이란은 전쟁을 추구한 적이 없으며, 전쟁을 시작한 쪽은 미국”이라며 “이 시국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그들이 가한 공격에 준하는 공격을 받는 것이고, 그 이후 (보복이) 새로이 반복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데일리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 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이란의 보복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구절로 잘 알려진 쿠란(이슬람 경전)의 비례 대응의 형벌 원칙, 이른바 ‘키사스’에 맞게 이뤄졌다. 이날 공격이 대리자가 아닌 ‘이란 정부’의 직접적인 방식으로, 솔레이마니가 살해된 시각과 동일한 오전 1시20분에 시작됐다.

문제는 이란의 보복이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출지 여부다. 알리 샴 카니 이란 NSC 비서관이 언급한 “미국에 악몽을 가져다줄 13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보복이 이번 한 가지로 마무리될지 아니면 최악의 경우 13가지를 모두 쓸지 여전히 미지수다.

일단 이란 쿠드스군이 “미국이 이번 미사일 공격에 반격하면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의 우방이 이 반격에 가담한다면 그들도 공격의 표적으로 삼겠다”고 밝힌 것은 의미심장하다. 향후 미국 측의 대응 수위에 따라 추가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이란이 폭격 당한다면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이스라엘의 하이파를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즉, 미국의 재반격이 현실화한다면 다음 타깃은 미국의 우방이 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현재 미국은 우방을 넘어 중동지역 유조선과 해외주둔 미군기지, 미국 본토 주요시설 테러 공격에 나설 가능성 있다는 판단아래 사실상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트럼프, ‘11월 美대선’ 득실 따질 듯…물밑접촉 가능성도

‘전면전’으로의 확전 여부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이번 공격으로 인한 미군측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반격 대신 대화를 선택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만약 미국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이번 사태는 말 그대로 ‘통제 불능’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미 중동연구소의 알렉스 바티카 수석 분석가는 “이란이 반격은 예상보다 더 신속했고 격렬했다”며 “미군 피해가 아직 집계되지 않아 어떤 재보복을 가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미국이 반격에 나선다면 이번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보복 직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호출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이미 미국은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B-52 전략폭격기 6대를 중동지역에 투입한 상태다. B-52는 핵탄두를 탑재한 크루즈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기종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함께 미국의 ‘핵 보복 3대 축’으로 불린다.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제를 택한다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일단 “지금까지는 매우 좋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비춰볼 때 여전히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절실한 건 탄핵국면을 벗어나 오는 11월 재선에 성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보복 또한 대선에서의 득실을 따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워싱턴을 비롯해 뉴욕·샌프란시스코 등 미 전역에선 반전 시위가 동시 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에스퍼 장관이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4일 이란 문화유적지 표적 발언을 취하하고, 이란 측에 ‘외교적 해법’을 촉구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이란은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이란이 유엔 헌장 51조에 따라 이란 시민과 고위당국자를 향한 공격에 맞서 비례적인 군사 조치를 취한 만큼, 미국이 확전에 나서지 말라는 촉구성 발언이다. 일각에선 중립국 스위스나 프랑스를 통해 양국이 물밑접촉을 시도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