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줌인]정찰 넘어 핀셋 공격…전장 판도 바꾸는 무장 드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쟁 양상의 변환, 전면전 → 국지전

기존 폭격기·전차 효용성 떨어져, 무인기 대안 부상

정찰용→표적 타격용 진화, 대테러전에 본격 투입

저렴·효율적이지만, 테러 단체 악용 가능성 커져

이데일리

[그래픽=이동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제거하는데 군사용 무인기 ‘MQ-9 리퍼’(Reaper)를 동원한 것이 주목받고 있다. 비밀 정보원과 통신 감청, 첩보 위성 등 미국 정찰 수단을 총동원해 솔레이마니 동선을 확인했고, MQ-9 리퍼로 공격해 사살한 것이다.

일명 드론이라고도 부르는 무인기(UAV)는 전장의 모습을 바꿀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과거 전면전에 기초한 대량파괴의 전쟁 수행 방식이 적 지도부와 핵심 시설을 정밀타격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무인기의 효율성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무인 비행체 자체를 탄약으로 사용하는 ‘날으는 폭탄’에서 시작된 무인기의 용도는 사격훈련용 표적 장비, 감시정찰 및 정보수집, 나아가 표적 사살의 용도로 진화를 거듭했다.

실제로 이번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과 같은 무인기의 공습 임무는 크게 늘고 있다. 미국 부시 행정부 때만해도 미사일을 장착한 공격용 무인기의 평균 출격 횟수는 47일에 1회였으나 오바마 행정부 시기의 출격 횟수는 4일에 1회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예멘에서 초기 74일 동안 75회의 무인기 공습을 지시해 출격 횟수가 1일 1회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냉전 이후 현대적 무인기 개발 본격화

미국은 소련의 붕괴로 명확한 적대국이 사라지자 갖가지 비대칭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적국을 패배시키기 위한 폭격기와 전차 제조 기술들은 소규모의 다발적 위협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실제로 미국이 냉전 이후 세계 각국에서 수행한 인도주의 작전은 적군의 항복이 아니라 분쟁 종식과 인도주의 지원이었다. 기존의 전면적 군사작전에 운용되던 장비들의 사용이 곤란해지면서 현대식 무인기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1992년 구유고연방 사태 당시 유럽에서 위기가 고조되자 장기간 공중에 체류할 수 있는 ‘MQ-1 프레데터’와 같은 무인기를 등장케 했다. 프레데터는 위성기술 적용으로 가시거리 제한을 초월한 최초의 무인기이면서 또 GPS 위성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의존해 비행한 첫 무인 비행체다. 1996년 처음으로 발칸지역에 투입된 이후 2001년에는 유도 미사일 ‘헬파이어’를 발사해 무기화에 성공한 최초의 무인기로 기록됐다.

사실 걸프전과 유고 사태 당시에는 무인기의 역할이 첩보 수집과 정찰에 국한됐었다. 그러나 2001년 11월 17일 사상 최초로 알카에다 조직원 사살에 무장 무인기가 사용되면서 2011년 9.11 테러 이후 무인기는 대테러 전쟁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장에서 무인기는 특정한 개인 또는 집단을 특정해 미사일로 족집게 처럼 제거하는 효과적인 전투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무인기는 2001년 당시 50여대에서 현재는 1만여대에 육박할 정도로 수가 늘었다.

◇정찰·탐지 자산에서 공격 무기로

무인기의 성능은 아직 유인기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유인기가 수행해왔던 임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임무를 대체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우선은 가격 효율성 면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스텔스 기술이 적용된 무인기 XQ-58 발키리는 아직 F-35 스텔스 전투기에 비해 성능이 우수하진 않다. 그러나 호위기 역할을 수행하는 등 F-35의 일부 임무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F-35A 전투기의 대당 가격은 9400만 달러인 반면, 발키리의 대당 가격은 200~300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미군은 F-35 조종사 한 명이 10~20대 남짓의 무인기를 공중에서 지휘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또 무인기는 전장의 사상자를 현저하게 줄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부담도 덜어준다. 실제 코소보 전쟁에서 유인 전투기를 투입한 공습은 미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파키스탄에서 MQ-1 프레데터와 MQ-9 리퍼를 활용한 수백 차례의 공습에 대해 미 국민들은 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찰을 통해 전장의 지휘관이 더욱 정확하게 상황을 인식할 수 있게 되면서 민간인 사상자 역시 줄일 수 있게 돼 외교적 부담도 감소시켜 줬다.

그러나 무장 드론의 확산은 되려 불안정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분쟁 지역에 무인기를 일상적으로 운용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무인기 운용을 둘러싼 오인과 오판, 그리고 이에 따른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이 대테러전에서 확인한 무인기의 효용성은 테러단체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군 관계자는 “장기간의 공중 감시와 정확한 타격 능력, 저렴한 비용, 운용자의 안전 등 무인기의 이점은 테러를 용이하게 해 도리어 테러 위협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각종 정찰용 무인기를 운용하고 있는 우리 군은 적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위한 체공형 스텔스 전술 타격체계 개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적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술과 공중에서 지상을 공격할 수 있는 드론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