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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미국·이란 갈등고조…복잡해진 연초 자산배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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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나오는 세계 지정학리스크 지수 상승할 듯

지수 상승하면 동반해서 안전자산 선호도 커져온 전례

유가 급등하되 추세는 한계…군사 긴장수혜 `방산주` 주목

대세하락장 단언 어려워…"지정학 위험, 주식시장 좌우못해"

이데일리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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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새해 벽두부터 미국과 이란 사이 군사 긴장이 커지면서 연초 자산배분 퍼즐도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8일 코스피지수는 1.11% 하락하며 2150선까지 밀려났고, 코스닥지수는 3%이상 급락하며 640선에 턱걸이했다. 중동발 리스크에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도가 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야 할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 위험지수와 비례해 움직이는 금값

8일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은 오는 10일 발표되는 GPR(Geopolitical Risk Index)에 쏠린다. 지수는 세계 주요 11개 언론 기사에서 △군사 긴장 △핵 공격 △테러 위협 △전쟁 등 언급 빈도를 계량화해 산출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지난달 회의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수를 참고하기도 했다. 지수가 나오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장기 평균은 100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달 이 지수가 전달보다 급등해서 장기 평균을 넘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역대 지수는 위험자산 선호도와 반비례해서 등락한 전례가 있다. 2001년 9·11테러 당시 307,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 발발 당시 520까지 솟았고 각각 주식시장은 폭락을 맛봤다. 이번에도 지수가 상승(예정)하기 직전에 대표 안전자산 금의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지난 7일 1온스당 1596.7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1년새 최고 가격을 다시 갈아치웠다.

다만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취급하는 달러는 가치가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 가치를 가리키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7일 97을 기록해 사흘 동안 0.2% 올랐을 뿐이다.

◇ 유가 베팅보다 에너지 기업

유가는 당분간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란의 앞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3분의 1이 오가는 길목이다. 이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면 세계 원유 시장은 공급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런 우려가 반영돼 국제유가는 지난주 대비 급등했다. 2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7일 배럴당 64.9달러를 기록해 미국의 이란 공습(3일) 직전보다 6.2% 올랐다.

당분간 유가의 고공 행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축소되고 양국이 완만하게 합의하면 유가는 작년 9월 고점 부근인 배럴당 66달러를 저항선으로 반락할 것”이라면서도 “그렇지 않고 긴장이 확대하면 2018년 고점인 배럴당 75달러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상승세가 지속할지는 관건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65달러를 넘은 것은 분명한 오버슈팅(일시적으로 폭등한 후 장기평균으로 진정)”이라며 “다만 중동 긴장이 장기화하면서 유가는 하방경직성을 띨 것”이라고 했다. 유가가 내려야 하는데,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너지 기업 투자는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으로 꼽힌다. 수요에 따라 갈리는 유가의 등락폭과 시기를 예측하는 것보다, 공급 측면을 공략하는 것이다. 이날 장에서 대성산업(128820)이 22.6% 상승한 것을 비롯해 SH에너지화학(002360), 대성에너지(117580), 한국석유(004090) 등이 10% 대에서 오른 것은 이런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필요하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해 유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고, 이미 유가 결정력도 큰 상황”이라며 “원유보다 에너지주 투자가 좋은 선택”이라고 전망했다.

◇ 군사긴장 커질 때마다 방산株 상승

양국 긴장을 방산주 투자 계기로 삼을 만하다는 분석도 눈에 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군사 긴장을 유지해 자신의 존재감을 유지하리라는 것이다. 올해 말 대선을 앞둔 그가 경제에 흠을 내는 무역분쟁을 이어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퍼스텍(010820)과 스페코(013810), 빅텍(065450)이 상한가를 기록했고 방산회사를 계열로 둔 한화우(000885)도 29.2% 올랐다. 같은 장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1.1%와 3.3% 각각 내린 것과 대비된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과거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소탕 당시 미국 방산주는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며 “미국과 이란 긴장이 지속하면 방산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방산기업 록히드마틴 주가가 지난 3일 장중 52주 신고가 경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의 미국과 이란 변수를 대세 하락장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위험자산 선호에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시기는 단기간이고, 범위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GPR 지수가 평균을 넘었을 때 주식 시장이 하락했다가 반등하기까지 3개월 정도 걸렸다”며 “10개월 후 주식시장 평균 수익률은 6.6%까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정학적 위험이 주식시장 방향성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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