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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CES 2020] ‘자율주행 판타지’ 걷힌 車 업계…기술의 방향성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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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앞다퉈 선보였던 완전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관심이 거의 사라지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과시한 업체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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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0이 개막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의 현대차 전시관. 관람객들 위로 현대차가 이번 CES에서 공개한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모델인 ‘S-A1’이 전시돼 있다./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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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차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현대자동차(005380)나 첨단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시티 착공 소식을 알린 도요타 등을 제외하면 이전에 선보였던 모델을 재탕한 곳이 많았고 양산을 염두에 둔 특색 있는 콘셉트카를 공개하는 곳도 크게 줄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CES에서 전기차 브랜드 EQ의 세단 콘셉트카인 비전 EQS를 전시했다. 이 차는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됐던 모델이다. 비전 EQS와 함께 무대 중앙을 차지한 전기차 EQC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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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0에서 벤츠가 전시한 비전 EQS.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 모토쇼에서 이미 공개된 콘셉트카다./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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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는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콘셉트카인 비전 AVTR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바타와 같이 인간과 하나로 연결되는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지만, 양산을 염두에 둔 콘셉트카로 보기는 어려운 모델이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바이톤도 기존에 선보였던 양산형 전기차 SUV 엠바이트를 이번 CES에서 전시했다. 엠바이트 역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등을 통해 수 차례 공개된 차다. 바이톤은 콘셉트카나 신기술 계획 등을 밝히는 대신 이번 CES에서 엠바이트의 글로벌 판매가격과 출시 일정 등을 발표하는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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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바이톤이 전시한 양산형 전기차 엠바이트/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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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기존 전기차 모델인 i3의 실내를 호텔 스위트룸처럼 구성한 콘셉트카 i3 어반 스위트를 주력 전시품으로 내놨다. i3 어반 스위트는 휴식용 발판이 장착된 카시트와 천장에서 내려오는 스크린, 그리고 개인용 사운드 존 등을 갖춰 탑승객이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 등을 즐길 수 있다.

BMW는 i3 어반 스위트를 "미래의 고급스러운 이동성은 차량의 크기와 상관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소개했지만, CES가 다양한 혁신적 시도와 기술이 첫 선을 보이는 무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벤츠, BMW와 함께 독일 자동차 브랜드를 대표하는 폴크스바겐은 이번 CES에 따로 전시관을 열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CES는 IT·전자제품과 함께 자동차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자동차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자동차 기업들이 가장 활발하게 선보였던 신기술은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였다. 각 업체들은 저마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선보이거나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도로를 주행하는 기술을 시연하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부분 자율주행 기능이 완전히 상용화되면서 자동차 업계에서 자율주행은 더 이상 신선한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운전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도 각 국의 법적 규제에 가로막혀 상용화가 빠르게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한동안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최대 화두였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기술의 방향성에 대한 각 업체들의 고민이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현대차는 이번 CES에서 하늘을 나는 차를 앞세운 도심 항공 모빌리티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8년 미국의 스타트업 오로라와 손잡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현대차는 올해 CES에서는 세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기업 우버를 새로운 파트너로 삼았다.

그러나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그룹 회장은 "볼로콥터와 같이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은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이것을 표준이 되는 이동수단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멀었다"며 항공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과 달리 항공 모빌리티 분야는 자동차 기업들의 시장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올해 CES에서 과거에 비해 진기한 콘셉트카나 기술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라며 "수익을 낼만한 기술을 어디서 찾아야 할 지에 대한 각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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