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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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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 스포츠 전설의 TV 속 '반전매력'···허,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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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세대 스포테이너' 전성시대

허재, 귀여운 허당미로 예능 블루칩 떠올라

"투 머치 토커"···김병현, 돌발 발언에 웃음

'허술' 김동현·'먹방' 현주엽 등도 입지 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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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슨(그것은) 아니지~” “회식하러 가자”

왕년의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농구 국가대표 감독의 말에 TV 앞 시청자들이 ‘터진다’. 지난해 6월 JTBC의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 제작발표회 당시 “섭외를 받고 예능에 출연할 수 있을지 걱정돼 주춤했다”며 어색한 듯 말하던 허재 전 감독은 어느새 유행어까지 만들어내며 예능계에서 가장 떠오르는 블루칩이 됐다. 지난해에만 대표작인 JTBC ‘뭉쳐야 찬다’부터 MBN ‘자연스럽게’, JTBC ‘체험! 사람의 현장 <막나가쇼>’, SBS ‘정글의 법칙 in 순다열도’ 등 그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이 한두 개가 아니다.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그는 50대 중반까지 가려졌던 ‘허당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예능인으로서 본격적인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방송가가 스포츠 예능으로 들썩이는 가운데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들의 활약상이 화려하다. MBC 예능 ‘편애중계’로 인기를 끈 전 야구선수 김병현은 서장훈·안정환과 함께 ‘2019 MBC 연예대상’ 인기상을 수상해 주목받았다. 이 밖에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등장한 현주엽, UFC선수 김동현, 농구 선수 하승진 등도 어느덧 운동선수보다 예능인으로 대중에게 더 친숙해졌다. 1세대 강호동, 2세대 안정환·서장훈에 이어 ‘3세대 스포테이너’들의 전성시대의 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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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지 않은 ‘날 것’에 반하다

최근 스포츠 예능 시대를 열고 스포테이너가 주목받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프로그램은 지난해 6월 첫 방송한 JTBC ‘뭉쳐야 찬다’다. ‘뭉쳐야 찬다’는 축구가 아닌 다른 분야의 스포츠 레전드들이 축구 선수로 변신해 대결을 펼치는 도전기다. 첫 시청률은 2.7%(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했지만 이후 6~7%대의 시청률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며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뭉쳐야 찬다’는 이미 많은 예능에 출연하며 사랑받았던 이만기·이봉주·심권호·김동현·양준혁 등은 물론 허재·여홍철·진종오 등 새로운 스포테이너들을 발굴해냈다.

스포테이너가 사랑받는 이유는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을 찍은 스타들임에도 인간적인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데서 나오는 반전 매력이 가장 크다. 허재 전 감독은 감독 시절 코트에서 분노하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지만, 예능을 통해 새롭게 드러난 귀여운 ‘허당미’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야구 선수 김병현의 매력은 당당함과 엉뚱함이다. 일본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한국이 30년 동안 일본을 이기지 못하게 해주겠다”고 한 것에 대해 “그냥 만화를 많이 봐서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고 반응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설 마이크를 잡았을 때도 특유의 매력이 드러난다. 류현진 경기 중계 당시 웃음과 함께 박수를 보내고, 중계 카메라에 박찬호가 포착되면 “지금 투 머치 토커님이 관전하고 계신다”는 돌발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MBC ‘편애중계’ 제작발표회 당시 “(방송이) 이렇게 재밌는 것인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일찍 할 걸 그랬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방송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밖에 현역 프로농구 구단의 감독이면서도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고정 출연해 ‘먹방’을 선보이고 있는 현주엽, tvN ‘놀라운 토요일’ 등에서 허술한 이미지로 인기를 누리는 UFC 선수 김동현, 배구선수 김요한과 김연경도 3세대 스포테이너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성치경 ‘뭉쳐야 찬다’ CP는 “스포테이너와 함께 촬영하다 보면 돌발적인 상황이 많고 확실히 ‘날 것’의 느낌이 있는데, 꾸며서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점이 연예인들의 예능과 다른 점”이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들이라 확실히 시선을 잡는 힘이 있는데다, 기본적으로 승부욕이 강하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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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테이너’ 길을 닦은 이들은···

강호동, 천하장사 이미지에 예능감 시너지

안정환, 재치 있는 입담에 방송가 종횡무진

‘예능 거인’ 거듭난 서장훈···농구 감독役도

스포테이너의 원조격은 씨름선수 출신 강호동이다. 지난 1989년 씨름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강호동은 20대 초반의 나이에 천하장사 5회, 백두장사 7회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1992년 돌연 씨름계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그는 이경규의 권유로 1993년부터 방송 활동을 시작, 연예인으로의 삶을 새롭게 시작했다. 우려도 있었지만 천하장사로 쌓아올린 이미지와 더불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능감은 강호동을 스타 반열로 올려놨고, KBS 연예대상, MBC 방송연예대상, SBS 연예대상, 백상예술대상 대상을 모두 수상하며 지금까지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후 축구선수 출신 ‘테리우스’ 안정환과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이 2010년대부터 스포테이너의 명맥을 이어갔다. 안정환은 MBC 축구해설 위원으로 활동하던 2014년 MBC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며 예능에 얼굴을 비췄고, 2016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제대로 예능감을 터뜨리면서 예능 대세로 떠올랐다. 이후 JTBC ‘뭉쳐야 뜬다’ ‘냉장고를 부탁해’ ‘취존생활’에 이어 ‘뭉쳐야 찬다’와 MBC ‘편애중계’ 등 꾸준히 방송 활동을 이어가며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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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은 지난 2014년 MBC ‘무한도전’에 출연했을 당시만 해도 “나는 방송인이 아니다”라며 손사래 쳤다. 하지만 이후 본격적으로 스포테이너의 길을 걷게 된 서장훈은 현재 JTBC ‘아는형님’ SBS ‘미운우리새끼’ ‘동상이몽, 너는 내 운명’ 등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농구 선수 현역 시절 ‘국보급 센터’에서 ‘예능 거인’으로 거듭난 서장훈은 10일부터 방송되는 SBS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에서 농구를 좋아하는 스타들이 모인 농구팀의 감독으로도 활약할 예정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에는 항상 신선한 반전 캐릭터가 필요한 만큼 다양한 인물들을 수혈할 수밖에 없고 스포츠 스타도 그 중 하나”라며 “스포테이너가 장수하는 데는 단순히 과거에 얼마나 유명한 스타였는지가 아니라 예능 트렌드 적응력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예능 트렌드인 관찰 리얼리티 예능이나 미션형 스포츠 예능에 잘 맞는 이들이 3세대 스포테이너로서 오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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