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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美·이란 전운 봉합됐지만… 곳곳에 지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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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강력 경제제재” 군사대응 자제

이란 “대응 종결… 긴장 고조 원치 않아”

중동 내 친이란 세력 대리전 가능성도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8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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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간 충돌로 급격히 고조되던 중동발 전운이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다. 양국 모두 더 이상의 무력 사용은 원치 않는다고 밝혀 이란의 이라크 미군 기지 폭격 하루 만에 전쟁 불씨는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다만 미국이 고강도 대(對)이란 제재 방침을 예고한데다, 이란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어 중동 정정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의 위대한 미군은 어떤 것에도 준비가 돼 있다”며 “이란 공격으로 미국인 사상자는 없었고 단지 군 기지에 최소한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뛰어난 군대와 무기를 갖추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꼭 사용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 군사적 맞대응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캘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미국은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해 이란과 전제조건 없는 진지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이란에 대한 응징으로 “즉각 강력한 경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란 역시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트위터에 “이란은 유엔 헌장의 자위권 차원에서 비례적인 대응을 했고 종결했다”면서 “우리는 긴장 고조와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외신은 특히 ‘종결했다(concluded)’는 표현에 주목하고 있다. ‘이 정도 선에서 보복을 끝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양국이 일촉즉발 상황과 달리 ‘스위스 외교채널’을 통해 긴밀히 소통해 온 사실이 공개된 점도 대화와 협상에 의한 사태 해결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부분이다.

물론 낙관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이날 “이란이 지원하는 중동 내 무장세력이 미군에 대한 공격을 이어갈 위험이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친(親)이란 무장단체의 힘을 빌려 ‘대리전(proxy war)’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미 대사관이 위치한 이라크 바그다드의 ‘그린 존’에 로켓포 두 발이 떨어졌다. 공격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미군은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란이 사실상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합의 추진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도 불씨로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와 동맹국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 비용은 전임 행정부가 가능케 한 자금”이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가 주도한 핵합의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어 “이란과 세계를 더 안전하고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면서 새 합의 체결 의지를 드러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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