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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이란 "추락 여객기 블랙박스, 美에 안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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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우크라이나 항공기 추락 사고로 탑승객 전원과 함께 희생된 승무원 가족과 지인들이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보리스필 국제공항에서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EPA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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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승객 176명 모두의 목숨을 앗아간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을 놓고 각종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이란이 사고 여객기종인 보잉 737-800의 블랙박스를 미국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란 항공민간항공청은 9일 "초기 조사 결과 사고 여객기가 이륙해 서쪽으로 비행하려다 문제가 생긴 뒤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을 향해 회항하려고 했다"며 "사고 여객기의 승무원은 공항 관제실에 비상 호출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추락 직전에 사고 여객기가 불길에 휩싸였고, 지면에 충돌하면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진전된 조사는 비행 기록과 음성 녹음이 담긴 블랙박스를 통해 규명될 전망이다. 이란 당국은 블랙박스 2개를 사고 당일 현장에서 수거해 갔다.

그러나 알리 아베드자데흐 이란 민간항공국(CAO) 대표는 8일 저녁 이란 언론에 "우리는 블랙박스들을 제조사나 미국인들에게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이란과 우크라이나, 미국이 공조해야 하지만 최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사망과 관련해 미국과 이란이 전쟁 위기까지 치달은 상황에서 이란이 미국의 조사 참여를 차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이 사건을 면밀히 추적할 것"이라며 "미국은 추락 원인에 대한 조사에서 완전한 협력을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이란이 사고 원인 규명에서 미국을 배제하자 이를 놓고 각종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연방항공청(FAA) 사고조사팀을 이끌었던 제프리 구제티를 인용해 "항공기록과 사고 당시 영상을 봤을 때 전형적인 엔진 고장이나 화재 사고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란군이 비행기를 격추한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사고 직후 이란 주재 우크라이나대사관의 대응도 의혹을 더욱 키웠다. 대사관 측은 당초 테러나 미사일 격추 가능성이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지만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구체적 설명 없이 이를 번복했다. 그러나 이란이 미군 주둔 기지 2곳을 타격한 시간은 8일 오전 1시 20분이고 여객기가 추락한 것은 그로부터 5시간 지난 새벽 6시께였다. 이란군이 이 여객기를 미국 군용기로 착각해 격추시켰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AP통신은 8일 미국 의회에서 열린 비공개 브리핑에서 "여객기가 격추됐다는 어떤 정보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란군 대변인은 "비행기 추락에 대한 루머는 순전히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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