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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핵 합의' 파기로 불거진 美-이란 갈등…'뜨거운 감자' 호르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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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호르무즈 해협 공동 방위 요청에 파병 검토

이란과의 무력 분쟁 가능성에 정부 '신중론'

'친미' 팔레비 왕조, 이슬람혁명 이후 반미감정↑

이란 핵 개발 야심, 美 '악의 축' 규정하기도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미국·이란 간 충돌 속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공동 방위’ 요청에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다. 미국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고,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석유의 72%가 이곳을 통과하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유사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UAE 및 오만 사이에 있는 해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라크, UAE 등에서 나오는 대형 유조선과 선박이 지날 때 지나는 이란 영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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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이란 테헤란에서 미군 무인기에 의해 피살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추모하는 시위대가 성조기를 찢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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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정부는 파병 신중론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실제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 입장과 우리 입장이 정세분석에 있어서나 중동지역 나라와 양자 관계를 고려했을 때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파병 결정이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 있는 2000여명의 우리 국민 안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양국 갈등의 원인, 이슬람혁명과 핵 개발

이란과 미국의 갈등은 팔레비 왕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란 최후의 왕조였던 팔레비 왕조는 개방적인 서구화 정책을 추진했는데, 1941년 즉위한 팔레비 2세는 친미주의자였다. 이에 따라 이슬람 전통을 중시하는 이란 종교인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이슬람혁명’을 통해 신정체제(종교적 원리에 의해 통치하는 정치 체제)가 들어섰다. 반미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 대학생들이 수도 테헤란에 있는 미 대사관 담을 넘어 건물을 점령하고 90명을 인질로 잡았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 취임에 맞춰 인질들을 풀어주긴 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단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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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지난 8일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폭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주둔 미국 공군 기지 두 곳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며 이란 국영 방송사 프레스TV(PressTV)가 공개한 사진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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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과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악화된 계기는 이란의 핵 개발 야심이었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2년 연두교서에서 이란을 이라크와 북한과 더불어 ‘악의 축’이라고 규정했다. 2009년 출범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과 화해 정책을 구사하며 2015년 핵협상을 타결시켰다. 미국 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핵 개발을 멈추는 대신 경제 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란과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합의 파기를 선언하면서 적대시 정책을 폈다. 특히 지난 해 5월 미국은 걸프 지역에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 편대 증을 배치했다. 작년 6월 13일 오만 해상의 유조선 피격 사건에 대해 미국은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트럼프 행정부, 親 이란 정책 폐기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한 이유를 미국민에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직접적 계기는 지난 해 있었던 무인기 격추 사건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해 6월 20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상공을 비행하던 미국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를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시킨 이후 영공을 침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부인하면서 미국의 무인기는 공해 상공을 날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큰 실수를 했다”며 보복을 경고한바 있다. 실제 행동에 나서진 않았지만 당시 미국은 이란의 레이더와 미사일 포대를 대상으로 한 보복 공격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할 항공기까지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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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한국 가전제품 회사가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 ‘한국의 메시지. 우리는 지금 여기 있고 앞으로도 계속 있겠습니다’라는 광고판을 내걸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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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미국은 7월 18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해군 강습상륙함인 복서함에 약 900m까지 접근한 이란 무인정찰기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미국의 무인기 격추 사실을 부인하면서 영국의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국제법 위반 혐의로 억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60개국을 대상으로 호르무즈 연합 호위 구상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 해 9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석유 시설이 무인기와 순항미사일의 공격을 받았는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이란 소행으로 규정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호위연합 참여를 선언하면서 영국, 바레인, 호주 등 5개국으로 참여국이 늘었다. 현재는 UAE와 알바니아까지 참가 의사를 밝혔으며, 일본은 이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호르무즈 해협 작전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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