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자율주행 중인 웨이모 차량. [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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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필수적인 누적 주행거리 양에서 한국이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소유한 자율주행차 회사 웨이모의 존 크라프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서 자사의 누적 주행거리가 2000만 마일(약 3200만㎞)을 돌파했다고 공개했다. 크라프칙 CEO는 “2009년 창사 이래 1000만 마일을 달성하기까지 10년이 걸렸는데 2000만 마일까지는 1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선) 실제 상황에 대한 경험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도 최근 누적 주행거리가 300만㎞(약 190만 마일)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자율주행 관련 기업들이 진행한 누적 주행거리를 모두 합한 것(71만6000㎞)의 4배가 넘는다. 바이두의 약진은 중국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자율주행 테스트를 허가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별 자율주행차 주행거리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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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중국 내 23개 도시가 바이두에 허가를 내줬고, 지난달 30일엔 베이징시가 바이두에 실제 승객을 태운 채 자율주행 택시를 운행할 수 있는 면허를 발급했다. 국내에선 자율주행차 운행 중 사고 등에 대한 관련 규정이 없어 활발한 시범 주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바이두는 중국뿐 아니라 자율주행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누적 주행거리에서 웨이모와 GM 크루즈에 이어 3위다. 바이두가 중국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운행하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차량을 300대 이상 운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임시 허가를 받아 운행 중인 자율주행차가 지난해 11월말 기준 82대에 불과하다.
결국 한국 전체의 자율주행 시범운행 차량 대수가 중국 기업 한 곳의 4분의 1 밖에 안되는 것이다. 차두원 인사이트연구소 박사는 “자율주행차 기술은 원래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었는데 필드 테스트(실제 운행 경험)에서 수준이 벌어지면 중국에 기술적으로도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미래차 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운전자의 관여 없이 운행하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세계 최초로 2027년까지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규제 완화를 통한 주행거리 및 관련 데이터 축적 없이는 ‘세계 최초’ 목표가 공허할 뿐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중국 슝안에서 시범 주행 중인 바이두 자율주행차. [사진 바이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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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최근 ‘세계 최초’라며 내놓은 자율주행차 안전 기준도 여전히 운전자의 통제가 필요한 레벨3 차량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에선 세종시가 자율주행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일부 도로에서 자율주행버스 운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웨이모의 크라프칙 CEO는 “우리의 실제 주행거리는 2000만 마일이 넘었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는 수십억 마일 가치의 데이터를 축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주행거리와 데이터 축적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자율주행차는 전기·전자는 물론 5G·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현존하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여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전망이다. 올해 CES에선 전통적 가전업체인 소니가 전기·자율주행차 시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리서치는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올해 1890억 달러(약 219조원)에서 2035년 1조1520억 달러까지 클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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