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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서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한인 이민 가정의 가족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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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조의 ‘듀랑고’ 국내 초연

세계일보

한인 이민 가정의 방황과 결합을 그리는 재미작가 줄리아 조의 국내 초연작 ‘듀랑고’. TEAM 돌 제공


미국 서부 애리조나 한국계 이민자 가족. 첫째 아들은 의대 진학을 준비 중이고 둘째 아들은 전국 수영 챔피언이나 10년 전 세상을 떠난 엄마 빈자리가 큰데 아버지마저 20년 넘게 일해온 직장에서 정리해고된다. 아버지는 갑자기 저 먼 콜로라도 듀랑고로 가족 여행을 떠나자고 한다.

재미교포 2세대 극작가 줄리아 조의 ‘듀랑고’(Durango) 국내 초연 무대가 시작됐다. 미국에서 텔레비전 드라마 작가로 활동 중인 줄리아 조는 이 작품처럼 197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국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아버지 회사가 있던 애리조나에서 성장했다.

그간 미국 이민 사회 경계인으로서 동서양 문화 사이에 선 아시아계 미국인 고뇌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드러냈던 줄리아 조는 2017년 국립극단 디아스포라전을 통해 ‘가지’(Aubergine)로 제5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들은 “음식을 소재로 아버지로 상징되는 한민족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의미를 지닌 수작”이라고 호평했다.

‘듀랑고’는 전편 작가와 번역가, 연출가 등이 다시 모인 작품이다. 한인 이민 가정의 방황과 결합을 가족 여행으로 보여 준다. 한 지붕 밑에 살면서 같이 밥 먹는다는 이유로 싫든 좋든 묶여 있는 가족. 오랜 시간을 함께했어도 서로를 모르는 친밀한 이방인. 소원한 관계를 풀기 위해 듀랑고로 여행을 떠나나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듀랑고에서 이들은 생각지 못한 난관에 부딪히고, 또 싸우기 시작하며 화해마저 요원해진다. 사막에서 길을 잃기도 했고, 예정했던 곳이 아닌 모텔에서 1박을 하기도 했고, 물에 빠지기도 했다. 좁디좁은 차 안에서 싸우고 침묵하기도 하며 그런데도 서로의 비밀을 확인하고 덮어 주고, 돈독해질 뻔도 했다. 듀랑고로 가는 모든 한 걸음 한 걸음이 가족이라는 영원한 이름을 이들에게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확인시켜 준다. 서울 대학로 한양레퍼토리 씨어터에서 19일까지.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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